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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시선으로 다시 쓴 대항해시대…신간 '야만의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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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야만의 해변에서' 표지
[까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인디저너스(토착민)가 무역 및 상업에 초연한 사람들이었다고 이상화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그들이 행한 쟁취적이고도 단호한 참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세계사에 등장시킨 대항해시대의 주인공은 '발견자'인 유럽의 탐험가만이 아니다. '목격자'인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주역에 포함해야 한다. 아즈텍 문명 연구 권위자인 캐럴라인 도즈 페넉 영국 셰필드 대학교 교수는 신간 '야만의 해변에서'(까치)에서 유럽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정복자와 피정복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단순 구분된 역사 속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은 늘 침묵 당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당시에 외교사절, 통역사, 탐험가, 가족, 심지어 작가와 의사로 유럽에 발을 디딘 수많은 원주민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책은 유럽인과 조우한 원주민들이 어떻게 협상하고, 저항하고, 이용했는지 풍부한 사료와 자료를 통해 되살린다. '아즈텍-멕시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스페인과 동맹을 맺은 틀락스칼라인들과 펠리페 2세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고 당당히 외교를 수행한 마야 족장, 교회를 짓겠다며 스페인 왕실에 끊임없이 돈을 요구한 라디노(스페인에 동조한 아메리카 원주민) 등 생생한 사례를 풀어놓는다.

또 각종 칙령과 영수증, 수입품 목록, 회계 장부, 청구서 등 방대한 문서를 통해 저자는 대항해시대를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복원한다. 그는 이를 통해 주민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삶의 주체로 유럽과 아메리카라는 두 문명 사이를 능동적으로 왕래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바라보는 식민주의적 태도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현실도 고발한다. 오늘날에도 유럽과 미국 박물관에는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 유골과 유물이 돌아가지 못한 채 전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유해와 유물은 식민화와 노예화, 이주로 이어지는 아픔의 역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지적한다.


김희순 옮김. 39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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