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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렸지만 환율 부담에…정부, 유류세 인하 두 달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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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폭은 휘발유 10%·경유 15%로 축소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를 오는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되 인하 폭을 일부 환원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수입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물가 자극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교통·에너지·환경 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23~24일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2021년 11월 유류세 한시 인하가 시작된 이후 15번째 일몰 연장이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조정해 휘발유는 ℓ당 122원(15%) 인하된 698원을 부과하고 있다. 경유는 ℓ당 133원(23%) 내린 448원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22년 7월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했다가 2023년부터 인하 폭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일몰 기한을 연장해왔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 인하율은 15%에서 10%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인하율은 기존 23%에서 15%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ℓ당 738원, 경유는 494원 부과돼 각각 전달보다 82원, 87원 오른다. 부탄도 ℓ당 30원 오른 173원이 부과된다. 이번 인하 조치는 오는 6월 말까지 유지된다.


국제유가는 미국발 관세 전쟁 본격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미국 관세와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할 때 글로벌 상품 교역량이 전년 대비 0.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무역분쟁이 원유 수요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4년 만에 최저치(배럴당 59달러로)로 하락한 뒤 등락하고 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7% 급락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의 증산이 예정된 데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과잉 공급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유가 감소에도 고환율에 따른 물가 자극은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1% 올랐는데, 같은 기간 석유류가 2.8% 오르며 지난 2월(6.3%)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2월은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올렸지만, 3월에는 0.11%포인트로 물가 상승 기여도가 줄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이어진 고환율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서 가공식품 물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받던 원화 환율이 1420원대로 떨어졌지만, 달러 약세에도 여전히 저평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등으로 관리물가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물가 수준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사라질 경우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튀거나 악화한 소비심리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최근 유가 및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의 환원을 추진하되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일부 환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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