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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21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서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에서도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추도 메시지를 냈다. 일본에서는 과거 히로시마 등 원자폭탄 피해 현장을 찾아 피폭자들을 위로하는 등 평화 메시지를 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1일 밤 담화를 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부터 교황으로서 14억명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환경 보호와 평화 외교 추진 등에 힘써 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동안 해온 업적에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교황으로서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38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원자력 폭탄 피해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해 평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는 바티칸 시국 국민과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국제 사회 전체에 커다란 손실”이라며 “교황 성하의 서거를 애도하며 일본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마음 깊이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원자폭탄 피해지를 직접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11월 24일 히로시마에서 “핵무기는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가지는 것만으로 윤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폐기를 세계에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원자폭탄 투하 당시 파괴된 우라카미 성당 잔해 속에서 발견된 ‘피폭 십자가’와 ‘피폭 마리아상’을 어루만지며 사람들에게 단결된 행동으로 반핵 활동에 나서도록 당부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피폭자 대표의 한 명으로 원폭 피해 참상을 증언했던 가지모토 요시코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악수를 해주시는 등 따뜻한 분이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손에 무기를 든 채 평화를 외칠 수 없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가지모토는 “선종 소식을 듣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나도 가능한 반핵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히로시마 평화 공원 연설에서 ‘진정한 평화는 무장 해제된 평화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자 ‘히로시마의 마음’과 통하는 교황의 생각이 핵무기 폐기를 바라는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자폭탄이 빚은 슬픔과 고통에 마음을 기울이며 핵무기와 전쟁 벗는 진정한 평화를 바랐던 교황에게 깊은 존경심과 함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사무차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폭자를 비롯해 차별받는 이들과 늘 함께 해오신 분이었다며 갑작스런 소식에 놀랐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와다 사무차장은 2017년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면담한 적이 있다.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개막한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거하자 바티칸과 공동으로 전시를 진행 중인 이탈리아 전시관 앞에 바티칸 국기를 반기로 게양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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