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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르발스 상호 작용을 이용한 2D 물질 획득 과정 모식도. |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설재훈 기계로봇공학과 교수팀이 2차원(2D) 물질을 외부 오염 없이 고순도로 확보하고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같은 종류의 물질 사이에 작용하는 분자나 원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약한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을 이용해 2D 물질 기반 소자를 제작할 때 흔히 발생하는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소자 성능과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D 물질은 원자 몇 개 층 두께의 초박막 구조를 가져 매우 가볍고 얇다. 전기·열 전도성이 뛰어나고 기계적 강도도 우수하다. 빛과의 상호작용 특성이 탁월해 광학 소자나 센서에 적합하며 유연하면서도 견고한 성질 덕분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기기 같은 차세대 전자기기에 매우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이나 이황화몰리브덴(MoS₂)처럼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2D 물질은 전자·광학·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은 워낙 얇고 민감하다.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이나 미세한 기계적 손상은 특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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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르발스 힘을 이용한 다양한 물질 조작 과정. |
특히 투명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와 같은 고분자 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공정 방식은 현재도 널리 활용하지만 물질을 제거한 뒤에도 잔류물이 표면에 남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소자의 성능이 저하될 수 있고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물질 제거 과정 자체가 필요 없는 새로운 공정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2D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전자소자 등에 널리 쓰이는 2D 물질인 MoS₂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 불순물 없이 순수한 2D 물질 조각(플레이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물질 간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 힘을 활용해 기존처럼 PMMA 등 고분자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사(붙이기), 뒤집기, 적층(쌓기) 등과 같은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다양한 광학적 분석 결과, 새로운 공정을 거친 2D 물질은 잔류물, 결함, 산화, 기계적 변형 없이 매우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FET)를 이용한 측정에서도 전계 효과 이동도는 60㎠/V·s, 온·오프 전류비는 약 10⁸로 나타나 고성능 전자소자 구현에 적합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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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계로봇공학과 박사과정생, 설재훈 교수, 김창호 석박사통합과정생(왼쪽부터). |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다층 그래핀(MLG), MoS₂, 육방정계 질화붕소(h-BN) 등 다양한 2D 물질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서로 다른 2D 물질을 층층이 쌓아 만드는 반데르발스 이종구조체를 원하는 순서와 위치에 맞춰 정밀하게 적층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새로 개발한 공정은 기존 방식과 달리 같은 물질로 만든 스탬프를 사용해 각 층을 쌓기 때문에 불순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조체의 청정도와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며 고품질·고정밀 반데르발스 이종구조체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2D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어 높은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
설재훈 교수는 “2D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2D 소재를 활용해 맞춤형 소자 구조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2D 물질 기반 전자 및 광전자 소자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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