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 “조문 위해 수백만명 몰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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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21일 열린 묵주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 /AP 연합뉴스 |
“어제 여기에서 (차에 탄 모습을) 뵈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12시간 만인 21일 오후 7시 30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추모 묵주 기도회에는 수천 명의 성직자와 신도가 참여했다. 손에 촛불을 든 사람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을 든 이들이 눈에 띄었다. 장내 스피커를 통해 묵주 기도의 첫 구절인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Ave maria, gratia plena)”이 흘러나오자 수천 명의 기도 소리가 바티칸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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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 세계 각국에서 신도들이 추모를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
이곳에선 불과 얼마 전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쾌유를 비는 묵주 기도회가 열렸다. 같은 기도문이 이제 교황을 추모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기도 와중에 눈물을 훔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온 루르드(35)씨는 “2015년 교황님이 마닐라에 오셨을 때 뵌 이후 10년 만에 희년(가톨릭의 성스러운 한 해)을 맞아 바티칸에 왔는데, 이 여행이 교황님을 떠나보내는 여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순례자 클레망스씨(55)는 “어제 바로 이 자리에서 발코니에 나온 교황, 무개차를 타고 지나가며 손을 흔드는 교황을 보고 ‘교황 만세(Viva il Papa)’를 외쳤는데, 불과 하룻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왔다는 미구엘씨는 작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펼쳐 보이며 “그는 우리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다. 그저 비통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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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바티칸에 모여든 세계 각 국 매체들 /바티칸=정철환 특파원 |
기도회가 끝난 뒤에도 광장에는 계속 추도객과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평소보다 부쩍 늘어난 경찰들이 광장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그들 뒤로 전 세계에서 몰려온 100여 매체들이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폴란드 방송 TVP에서 온 기자는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날아왔다”며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때 못지않은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8시, 교황의 시신이 안치된 산타 마르타의 집 예배당에서는 입관식이 열렸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패럴 추기경의 집전으로 약 1시간에 걸쳐 교황의 사망을 확인하고, 그를 관에 안치하는 의식이 벌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이전 교황들과 같이 삼나무관과 아연관, 참나무관을 3중으로 쓰지 않고 아연으로 덧댄 목관 하나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소한 장례를 하자’는 그의 뜻에 따라 개정된 교황 장례 예식서에 따른 것이다.
입관식과 함께 교황의 유언도 공개됐다. 자신을 어떻게 매장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나는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내 유해가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전(성모 대성당)에서 안장되기를 청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덤은 흙 속에 만들고,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게, 그리고 묘비명은 그저 ‘프란치스코(Franciscus)’라고만 써주십시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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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도하기 위해 21일 밤 바티칸에 모인 사람들 /EPA 연합뉴스 |
교황청은 이날 교황의 사망 원인을 ‘뇌졸중에 따른 심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르면 23일 오전 교황의 관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 일반 조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례식은 선종일로부터 4~6일인 오는 25~27일 사이 치러질 전망이다. 정확한 일정은 22일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단 회의에서 결정된다.
로마시는 교황의 조문 및 장례식 참석을 위해 앞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로마 시청은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당시 300만명이 바티칸에 몰렸다”며 “이번에도 250만명 이상이 찾을 경우에 대비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장 운행과 상시 구급소 등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마의 관문인 피우미치노 공항은 벌써부터 북새통이 됐다. 내리는 비행기마다 만원이었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공항 버스 정류장에는 100여m의 긴 줄이 섰다. 바티칸 근처의 숙소는 교황 선종 발표 후 순식간에 동이 난 상황이다. 평소 1박당 150유로 남짓했던 호텔 방은 모두 300유로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바티칸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에 있는 ‘호텔 알란테’는 “이달 말까지 전 객실이 모두 예약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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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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