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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5일 북쪽이 경의·동해선 도로 남북 연결구간을 폭파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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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북관계는 ‘지뢰밭 폐허’다. 당국 대화는커녕 직통 연락선마저 끊겼다. 돌발 위기 상황에 상호 오인을 막을 비상 소통 창구가 막혔다. 경의·동해선 남북 연결 구간도 폭파됐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비상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서로를 “가장 적대적인 불변의 주적”이라 낙인찍으며 갈등과 적대를 증폭해온 탓이다.
남북관계에 오래 관여해온 여러 원로들은 6·3 대선 뒤 들어설 새 정부와 대통령이 남북관계 차원에서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군사적 충돌 방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자면 최소 두가지 긴급조처를 서둘러야 한다.
첫째, 군사분계선 인근 육해공 접경의 군사 충돌 방지를 명문화한 ‘9·19 군사분야합의서’ 복원 선언과 대북방송 중단 조처다. 북한과 합의하지 않아도 새 정부가 실행할 수 있다. 남북 사이 불신을 눅일 신뢰의 마중물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4일 9·19 군사합의가 “우리의 강점을 포기하고 족쇄를 채운 불평등 조약”이라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전부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닷새 뒤인 지난해 6월9일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당연하게도 북한이 맞대응 방송을 했고,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쪽의 ‘쓰레기 풍선’의 악순환으로 경기·강원 접경지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남북 당국 간 치킨게임의 인질로 내몰렸다. 여러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복원 선언은 접경지역 주민의 평화로운 일상과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의 비전을 되살릴 최소한의 필수 조처”라고 말했다.
둘째, 2023년 4월7일 이후 2년 넘게 끊긴 남북 직통 연락선의 복구가 절실하다. 직통 연락 창구 복원은 상호 오인과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복원 선언과 대북방송 중단, 남북 군사회담 제안 따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싶다는 대북 신호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북 대화 재개도 급한 과제다. 당국 회담은 2018년 12월 남북체육분과회담을 끝으로 6년5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당국 대화가 성사된 1971년 이후 가장 긴 당국 대화 단절이다. 윤석열 정부는 박정희 정부 이래 남북 양자 당국 회담을 한차례도 하지 못한 유일한 정부다. 통일부 장차관 출신 여러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없애버린 통일부의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남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는 남북 분리 선언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새 정부와 대통령이 풀어야 할 난제다. 적어도 두가지 대북 신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흡수통일 의도가 없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쪽의 ‘통일지향 특수관계론’과 북쪽의 ‘두 국가 관계론’이 엇갈리는 현실을 고려해 ‘남쪽은 북쪽에 통일을 강요하지 않겠다, 북쪽도 남쪽에 두 국가를 강요하지 말라’는 대북 신호를 발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당장은 ‘견해의 차이 인정’을 통해 갈등과 충돌을 막고 대화·교류협력을 통해 적대성을 완화하고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는 점진적·단계적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로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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