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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현대차·포스코, 트럼프 관세전쟁 함께 헤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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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내 철강업계 ‘합종연횡’

양사, 철강·이차전지 업무협약서
포스코, 현대제철 美공장에 투자
북미 철강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현대차는 건설비용 부담 덜어내

동국제강, 현대IFC 인수 추진 중
현대제철 “경영 효율화 방안 검토”
중국발 저가 철강재의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불황기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합종연횡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4일 발표할 철강 업계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시장 기대치)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과 사업 확장을 위해 경쟁사와 손을 맞잡거나 경쟁사의 자회사 인수를 검토하는 형태로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복안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 및 급변하는 통상환경 아래 탄소저감 철강 및 이차전지 시장에서 양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시너지를 창출키로 한 것이다. 우선 철강 부분에서 양사는 통상환경 극복을 위한 글로벌 합작 투자부터 탄소저감 철강생산을 위한 효과적인 탄소중립전환까지 협력한다.

세계일보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한석원 부사장(왼쪽)과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 등 관계자들이 철강·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업무 협약식(MOU)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포스코홀딩스 제공


특히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소가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한다. 이후 이곳에서 생산된 일부 물량을 ‘포스코’ 이름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연간 270만t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통해 10여년간 보호무역장벽으로 제한됐던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포스코는 멕시코에서 자동차강판 공장만 운영 중이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루이지애나 제철소 프로젝트에 재정적 부담을 덜게 된다. 더불어 미국 주요 자동차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및 기아 조지아 공장을 비롯해 미국 등의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양사는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을 맞잡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확보 경쟁이 치열한 리튬을 비롯해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성능을 결정하는 음극재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 확보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과거에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범람하던 2015년 양사는 반덤핑 제소와 함께 품질 인증제 강화 등에 힘을 모았다. 2021년에는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구간의 해운 인프라를 공유하는 복화 운송을 실시했다. 2022년엔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이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1고로 개·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그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수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빠른 복구를 위해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에서 운영하던 용선운반차 5대를 긴급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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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3위인 동국제강도 현대제철의 단조(금속을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것)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IFC) 인수를 검토 중이다. 현대아이에프씨는 2020년 현대제철의 단조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273억원, 398억원이다. 하지만 자동차 강판과 건설용 철근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제철이 사업 효율화와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금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동국제강이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 건설에 쓰이는 봉형강 제품이 주력인 동국제강으로선 현대아이에프씨를 인수하면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다. 앞서 2023년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도 지주회사 개편 당시 “철강 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소부장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대IFC 인수와 관련돼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 측면에서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전반적인 사업구조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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