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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나온 尹 前대통령… 그 앞에서 중령과 싸운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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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 2차 공판 현장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이 올 연말까지 적어도 28차례 더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21일 윤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한꺼번에 지정했다. 재판부는 애초 46차례 추가 기일을 잡겠다고 양측에 고지했다. 연말까지 재판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 법관 인사 전까지 선고를 내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18차례 정도 불가능한 날짜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재판부가 사진과 영상 촬영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8분 동안 발언하며 “계엄령은 그 자체로 가치 중립적인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 “계엄과 내란은 다르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尹 “칼 썼다고 무조건 살인은 아냐”

첫 공판에서 93분 동안 검찰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주로 눈을 감고 있으면서, 가끔 곁에 앉은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눴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은 칼과 같다”며 “칼로 요리도 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을 수술할 수도 있고, 협박·상해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유혈 사태도 없었다”며 “처음부터 그래서 (군인들을) 실무장시키지 않았고 소수만 보냈다”고 했다. 또 “만일 내란이고 장기 독재를 위해 헌정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무·집권 계획이나 군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했는지를 근본적으로 다뤄야 내란죄 성립 여부가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독재나 장기 집권 목적이 아닌 ‘메시지 계엄’이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특전대대장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날 재판에선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투입됐던 조성현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에 대한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이 주를 이뤘다.

김 대대장은 신문이 끝나고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재판부에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해 왔고,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누군가는 항명이라고 하지만,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된다”고 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윤 전 대통령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이 발언을 들은 윤 전 대통령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한 차례 김 대대장 쪽을 쳐다봤다. 김 대대장은 “우리 군이 다시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끔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언론인)께서 우리 군을 감시해 달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재판 최소 28번 더 할 듯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 목록과 신문 순서가 잘못됐다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육군참모총장), 여인형(전 방첩사령관) 등 10명의 이름을 거론하고 “검찰 신청 증인 38명 중 피고인과 직간접적으로 모의한 이들은 한 명도 없다. 국무회의 관련자 대다수도 최우선 증인 목록에 없다”며 “전해 듣거나 추측한 것보다, 직접 경험한 내용으로 증언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인 저 혼자 재판을 받는데 (건너 들었다는) 전문 증인들의 증언을 법정에서 이렇게까지 들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거들었다. 그러자 재판부는 “내란죄 법리에 대해선 재판부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에 의문을 가지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22일까지 월 3~4차례씩 총 28회의 재판 일정을 일단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실하게 변론하겠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확정된 기일에 더해) 10여 차례 정도 기일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2일에 열리고,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과 오상배 수방사령관 부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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