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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대행, 공정한 대선 관리 소임 다하는 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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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5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공개된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관리자임에도 여전히 대선 출마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 대행의 이러한 자세로 인해 이번 주 시작하는 미국과의 관세·통상협상 대응이 정쟁화하고 있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일각에선 대선 출마에 앞서 '통상 전문가'란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초당적 역량을 모아 국익을 지켜야 하는 국가 중대 현안인데도 적전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행의 대외 활동이 매사 대선 행보로 여겨지는 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2인자'로서 대통령 파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직후 윤 전 대통령 측근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월권 논란도 자초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66%)이 "바람직하다"(24%)는 응답보다 압도적인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에 맞설 빅텐트에 참여할 것이란 국민의힘 측 시나리오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은 대선 관리자로서 중립 의무와 거리가 멀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일부 후보 사이에서도 한 대행의 처신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선 출마 공직자 사퇴시한(다음 달 3일) 직전인 4말5초까지 최대한 권한을 누리다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부적절한 처신에 따른 비난만 얻을 따름이다. 차기 정부까지 대선을 비롯한 대내외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권한대행 소임에 끝까지 충실하는 게 정도다. 정치 도의를 지키는 공직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