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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롯데, 함께 가을야구 가나...프로야구 대표 꼴찌들의 반란

이데일리 이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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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정적으로 한화이글스를 응원하는 야구팬들. 사진=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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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롯데자이언츠 선수들. 사진=롯데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초반 상승세가 올 시즌 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화는 20일 현재 14승 11패 승률 0.560을 기록,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지난 한 주간 열린 6경기를 모조리 이긴 것을 포함해 최근 10경기 9승 1패를 기록 중이다. 롯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10경기 8승 2패다. 시즌 성적 13승 11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가을야구를 갈망하는 한화와 롯데 팬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화의 돌풍은 강력한 마운드가 이끈다. 특히 선발진의 위력이 대단하다. 한화 선발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68. 10개 구단 중 3위다. 문동주를 시작으로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엄상백-문동주-폰세가 7경기 연속 선발승을 기록 중이다. 한화 선발진이 7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한 것은 구단 타이기록이다. 송진우, 한용덕, 지연규 등이 선발진을 이끌었던 2001년 4월 이후 24년 만이다.

한화가 마운드의 힘으로 부진에서 탈출했다면 롯데는 ‘불방망이’가 팀을 견인하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2승 1무 5패로 9위까지 추락했던 롯데는 4월 들어 11승 6패를 기록 중이다. ‘봄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봄에 유독 강했던 롯데는 4월 팀타율이 0.309로 1위다. 타점도 90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아직 시원치 않은 투수력에도 승수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타선 덕분이다.

한화와 롯데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 구단이다.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열정과는 별개로 두 팀은 최근 ‘만년 하위’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8년이다. 그나마 그해 준플레이오프까지 오른 것도 최근 17시즌을 통틀어 유일한 가을야구 경험이었다. 1999년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우승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롯데도 2017년 이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사직구장에서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 것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한화가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했던 1999년 한국시리즈 당시 상대팀이 롯데였다.

올 시즌 달라진 두 팀의 공통점은 베테랑 명장이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은 닮은꼴이다. 선수 시절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의 명포수 선후배였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 생활을 마칠때 자신이 쓰던 장비를 김태형 감독에게 손수 물려줬을 정도로 관계가 남달랐다. 김태형 감독이 김경문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감독은 지도 스타일도 닮았다. ‘뚝심’이다. 한번 옳다고 마음먹으면 주변에서 뭐라 해도 밀어붙인다. 한화가 시즌 초반 주축 타자들이 1할대 ‘물방망이’에 허덕일 때 김경문 감독은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며 믿음을 줬다. 결국 선수들은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도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기회를 부여했다. 그렇게 성장한 황성빈, 윤동희, 손호영, 전민재 등은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열성팬들이 많은 한화와 롯데의 선전은 관중석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새 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첫 시즌을 보내는 한화는 최근 4경기 연속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11차례 홈경기 중 8경기나 1만7000석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 찼다.

롯데 역시 최근 이기는 빈도가 높아지니 홈,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부산 야구팬들이 열정적으로 구장을 찾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은 “한화와 롯데 전력이 안정화되고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26년 만에 가을야구 동반 진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임을 강조하면서 조심스러워 한다. 하지만 믿고 내보낸 선수들이 점점 제 페이스를 찾으니 얼굴에선 사라졌던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김경문 감독은 “답답해도 웃으면서 말을 아끼고 기다리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