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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博而不精(박이부정)(넓을 박, 어조사 이, 아닐 부/불, 정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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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유래: 후한서(後漢書) 마융전(馬融傳)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마융(馬融)은 후한(後漢) 학자로 시(詩), 서(書), 역(易), 논어(論語), 효경(孝經), 노자(老子), 회남자(淮南子) 등의 고전을 쉽게 풀이한 훈고학(訓詁學)을 시작했습니다. 마융이 춘추(春秋)의 대표적 해설서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쉽게 풀이하다가 지나간 시대 경학자였던 가규(賈逵)와 정중(鄭衆)의 문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학자 글을 놓고 “가(賈) 선생은 정밀하나 두루 알지 못하고, 정 선생은 두루 아나 정밀하지 못하니 정밀하면서 박식한 것으로는 누가 나보다 앞서겠는가?(賈君精而不博 鄭君博而不精 精博 吾何加焉)”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학식이 가규와 정중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습니다. 마융은 후에 좌씨전(左氏傳)뿐 아니라 곡량전(穀梁傳) 공양전(公羊傳)을 포함한 춘추삼전(春秋三傳) 모두를 비교 분석한 춘추삼전이동설(春秋三傳異同說)을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 생각거리: 양주동(梁柱東) 선생의 수필 ‘면학(勉學)의 서(序)’에서도 ‘박이부정(博而不精)’을 인용하였습니다. “다독(多讀)이냐 정독(精讀)이냐가 또한 물음의 대상이 된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는 전자의 주장이나, ‘박이부정(博而不精)’이 그 통폐요,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함’이 후자의 지론이로되,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함이 또한 그 약점이다. 아무튼 독서의 목적이 ‘모래를 헤쳐 금을 캐어냄’에 있다면, 필경 ‘다(多)와 정(精)’을 겸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 역시 평범하나마 ‘박이정(博而精)’ 석 자를 표어로 삼아야 하겠다”라고 말입니다. 독서를 할 때 정밀하게 읽어 나갈 것(博而精)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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