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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힘이제" "그래도 국힘은 쫌"… 뒤숭숭한 부산 민심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파이낸셜뉴스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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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통 보수 텃밭 '부산'
세대·계층간 지지정당 확연히 갈려
중장년 동정론·젊은층 심판론 많아
"누가 되든 경제 잘 살렸으면" 일성
"뉴스 보기가 싫다" 정치 혐오증 커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부산=김준혁 이해람 기자】 "요즘은 민주당(지지)이 더 많지 않나"(50대 남성),

"에이, 그래도 부산은 국민의힘이지 않겠나."(60대 남성)

지난 19일 부산 서구 충무동 새벽시장 부두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 형식의 간이카페. 남항어선원복지회관 앞에서 점심시간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시고 있는 중장년층 어업원들에게 이번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 향배를 묻자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

이모씨(69)는 "취향이 다르니 부산에도 민주당이 있긴 있다. 근데 대충 보면 국민의힘이다"라며 "전라도가 민주당으로 뭉치는 것처럼 경상도 사람들은 국민의힘"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대구시장을 지낸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씨는 "홍준표가 나와서 강성노조를 때려 잡아야 한다"며 "노사문제는 없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데, 귀족노조가 막해서 되겠나"라며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본지가 바닥민심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세대·계층 간 지지하는 정당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높을 수록 탄핵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기존 집권여당에 대한 동정론이, 젊은층일수록 계엄사태로 정국혼란을 가져온 데 책임을 묻는 '정권심판론'이 주류를 이뤘다.

■중장년층 보수정권 동정론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부산에선 주로 국민의힘이다. 민주당이 (의석수가) 완전히 많다고 막 (윤 전)대통령이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입니까"라며 "우리는 민주당을 별로 안 좋아한다. 문재인부터 해서 이재명, 특히 이재명을 더 안 좋아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중장년·고령층 사이에선 최근 '특급소방수 차출론'이 언급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홍준표 후보 등 당 경선 주자들,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황교안 전 총리까지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됐다. 하지만 주민 상당수는 "뽑을 사람이 없다"며 국힘 후보군의 본선 경쟁력을 아쉬워했다.

국제시장 상인 70대 김모씨는 "정치는 민주당이 하면 안 되지. 만인이 다 아는 건데"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누구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지를 묻자 "없다"며 "오히려 부정선거를 먼저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황교안이 부정선거 외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있던 60대 허모씨는 "이재명이는 절대 안 된다"며 "한덕수 총리라든지 김문수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운대시장 인근 횟집 직원인 50대 여성은 "이번엔 오세훈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젊을수록 "그래도 국힘은 좀…"

다만 젊은층 반응은 사뭇 달랐다.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적절했다는 인식이 많았다.


부산 중구 광복동 먹자골목에서 마주친 20대 남성 2명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무모하지 않았나, 계엄령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상을 묻는 질문엔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안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또 "제 앞길도 힘들고 챙기기 바쁘다"며 "딱히 지지하는 당이 없어서 생각을 안해봤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문제, 즉 청년층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실현가능한 청사진'을 내놓을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는 말로 들렸다. 탄핵정국을 촉발한 현 정부의 난맥상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먹자골목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50대 신모씨는 "계엄한 12월 이후로 완전 망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12월 이후부터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국민의힘과 윤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그는 또 '반(反)이재명 정서'를 묻는 질문엔 "반반이다. 반반. '그래도 아니야'라는 이들도 있다"고 말해 아직 지지 정당과 후보를 정하지 못했음을 에둘러 밝혔다.

■"경제 살려줄 후보가 최고"

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전통시장인 만큼 경제를 살려줄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상인 신모씨는 투표할 생각이 현재로선 없다면서도 "진짜 제발 경제만 살리면 그게 가장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새벽시장에서 만난 많은 상인들은 차기 지도자에게 바라는 점으로 "경제대통령 후보"를 꼽았다.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을 하는 김모씨는 "바닥경제가 다 죽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보다 더 어렵다. 어려울 때 또 계엄을 해갖고, 다 이래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그래도 이재명이는 사법리스크 때문에 안 된다. 차라리 외교적으로나 경험이 많은 한덕수가 낫지"라고 '한덕수 차출론'에 힘을 보탰다. 자갈치시장 상인 강모씨는 "누가 되든 간에 경제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틈만 나면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 정치에 대한 혐오증도 심했다. 해운대 인근 횟집의 한 근로자는 "서민경제가 너무 힘드니까 정치권 뉴스는 그냥 보기가 싫다. 맨날 싸우기만 하니"라며 자리를 피했다. 다른 50대 직원은 "어떤 당이든 공약을 (대통령) 되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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