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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적과의 동침'으로 美 관세 맞선 현대차-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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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룹 美 새 제철소 전격 공동투자
위기 돌파 위한 더 많은 동맹 필요해


한석원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부사장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사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사옥에서 열린 철강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업무 협약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석원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부사장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사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사옥에서 열린 철강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업무 협약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미국발 통상전쟁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두 그룹은 21일 '철강 및 이차전지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협력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기로 한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가 지분투자를 통해 동업자가 되는 것이 골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 1·2위를 다투는 경쟁사다. 양사는 사업상 적과 같은 관계이지만 급변하는 대외환경에서 함께 뭉치는 방법으로 생존의 길을 찾은 것이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발 통상 압력에 최악의 시간을 맞닥뜨렸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환경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적자 가능성마저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서로 껴안은 것은 혼자 힘으로 지금 같은 초유의 침체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적적으로 쇳물을 뽑아낸 철강업 '맏형' 포스코와 후발 현대제철은 각자 고유의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다. 업황은 위기에 내몰렸지만 서로 힘을 합치면 새로운 돌파구를 왜 못 만들겠나. 혁신적인 윈윈 모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의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공정을 갖춘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다.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 규모는 연간 270만t에 이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곳에 58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는 이번 지분투자로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합작 제철소의 생산물량 일부는 포스코가 직접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을 둔 포스코는 미국엔 기반이 약하다. 현대차그룹은 투자 부담을 덜면서 앨라배마 등 미국 내 현지 공장의 고품질 강판 공급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게 됐으니 서로에게 득인 것이다.

양사 협력은 철강을 넘어 이차소재 분야까지 광범위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그룹은 그동안 해외 염호와 광산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리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큰 경쟁력이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양극재도 생산 중이다.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경쟁력은 현대차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양사는 그룹 전반에 걸쳐 협력을 모색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한다. 성과를 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이후 팽창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적극 대비하기 바란다.

국내 산업계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고난의 시기에 보란 듯 일어설 우리 기업의 저력을 믿는다. 현대차와 포스코뿐만 아니라 더 많은 기업들의 동맹이 잇따라야 한다.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실행이 위기를 이겨낼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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