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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1차 경선 토론 미디어데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렸다. 김문수(왼쪽부터)·유정복·양향자·안철수·홍준표·이철우·한동훈·나경원 후보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일제히 ‘핵 역량 강화’를 꺼내 들었다. 자체 핵무장, 핵 잠재력 확보, 미국 전술핵 공유 등 방법은 다양하나 ‘핵 대 핵’ 방향은 유사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 핵무장론에 선을 긋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들이 국익보다 표심을 우선시하며 현실성 낮은 공약을 무책임하게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경선 기간 비전·공약 발표와 토론회 등에서 주요 안보 정책으로 자체 핵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자체 핵무장은 홍준표·나경원 후보가 주장했다.
홍 후보는 21일 서울 여의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를 방문해 “북핵 문제도 대중국 관계를 고려해 전향적인 한·미 핵 동맹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에는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 남북 핵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핵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필요 시 독자 핵 개발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했다.
나 후보는 지난 17일 “취임 즉시 미국과 긴밀히 논의해 ‘핵 주권 확보 비상 로드맵’에 돌입하겠다”며 “1년 안에 핵무장을 최종 결단하고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제도적, 외교적 준비를 반드시 완료하겠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핵무기 개발 직전 단계 수준으로 핵 잠재력을 확보하자는 견해는 국민의힘 후보 중 다수다. 한동훈·홍준표·안철수·김문수 후보가 내세웠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처럼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자는 주장으로 사실상 유사 핵무장론이라는 평가가 있다.
홍 후보의 ‘나토식 핵공유’와 안 후보의 ‘한·미 핵공유 협정’ 추진처럼 미국 핵무기 공유 공약도 나왔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안 후보는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후보들이 협의 대상으로 강조한 미국은 정작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자체에 선을 그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도 고려할 건가’라는 뉴시스 질의에 “미·한 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력히 지지하며 조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한다”고 답했다고 뉴시스가 전날 보도했다. NPT 탈퇴를 전제로 하는 자체 핵무장과 NPT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어긋나는 핵 잠재력 확보 모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핵우산’ 확장억제력 제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미 핵 공유는 쉽지 않다. 2021년 9월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전술핵 재배치·공유 공약에 대해 “미국의 정책에 무지한 것이 놀랍다”는 마크 램버트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발언을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직후 “사실상 핵 공유”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을 미 백악관이 반박하기도 했다.
자체 핵무장은 NPT 탈퇴에 따른 국제 사회의 각종 제재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평가된다. 핵무장 시도를 의심케 하는 핵 잠재력 확보는 원자력 산업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국 내 핵무장론 확산은 지난 15일 발효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배경으로 지목되는 등 한·미 동맹의 신뢰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자체 핵무장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표심만 보고 핵 역량 강화를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관 출신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가 원수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가 핵무장을 공약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나”라며 “전술핵 공유를 공약한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악성으로 진화했다”고 비판했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도 통화에서 “핵무장 주장은 한·미 동맹과 한국의 경제·통상 이익 측면에서 유해하다”며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보편적인 국익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각종 외교·군사·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핵무장 논의만으로도 북한 비핵화 요구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위 의원은 “북핵 대응은 NPT 체제 아래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농축·재처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도 ‘핵무장은 고려하지 않으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 [단독] 한국 핵무장 불이익 ‘치명적’···“한·미 동맹 가치가 더 크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80600051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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