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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무역상대국의 ‘환율 조작’을 비관세장벽 중 하나로 거론하면서 향후 한·미 간 논의에서 환율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무역적자 이유로 환율 문제를 들고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고, 여기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환율 조작 등 8가지 유형을 전 세계 무역상대국의 “비관세 부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무역 흑자 확대를 하면서 자국 통화를 실제 시장 가치보다 낮게 조정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상호관세 유예 조치 이후 각국과 협상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기선제압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23~24일 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달 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자신의 SNS 계정에 “통화 문제에 대한 생산적 노력을 기대한다”고 적은 바 있다. 미·일 관세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이자 엔·달러 환율은 21일 장중 달러당 140엔선을 위협하는 등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4일 열릴 예정인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에서도 환율 문제가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은 크다. 이미 한국, 일본 등 7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 미국 재무부는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난해 11월보다 더 낮아져 현재로선 관찰대상국 지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엔화 및 원화에 대한 언급이 나올지가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한·미 협상의 영향권뿐 아니라 미·중 갈등 한복판에 놓여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통상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 현상을 보인다.
시장에선 미·중 간 협상이 장기간 난항을 겪을 경우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를 낮춰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중국으로선 미국의 관세 ‘폭탄’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안화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중 간 1차 무역전쟁 당시 협상 지연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도 동조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2차 무역전쟁도 장기화될 경우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원화도 위안화 약세에 동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섣불리 위안화 약세 시도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로 상쇄하기에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너무 높은 데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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