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저자 베클리
포린어페어즈에서 트럼프 정책 정면경고
MRI 찍듯 동맹 ‘하대’ 美 정책 심리 설명
“美, 21세기 유일한 노동인구 유지 국가
인구감소 日·韓 등 동맹, 미국에 걸림돌”
복지 지출 확대 부담에 안보 투자도 지연
“요새로 둘러쌓인 경제서 美 가난해질 것”
관세정책 불씨 돼 中과 ‘전면전’ 위험성도
포린어페어즈에서 트럼프 정책 정면경고
MRI 찍듯 동맹 ‘하대’ 美 정책 심리 설명
“美, 21세기 유일한 노동인구 유지 국가
인구감소 日·韓 등 동맹, 미국에 걸림돌”
복지 지출 확대 부담에 안보 투자도 지연
“요새로 둘러쌓인 경제서 美 가난해질 것”
관세정책 불씨 돼 中과 ‘전면전’ 위험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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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클리 미 터프츠대 교수 <사진=매경DB> |
“앞으로 미국은 인구 급감으로 흔들리는 동맹국과 분열되며 대연합의 리더가 아닌, 그리고 고립주의도 세계주의도 아닌 공격적이며 중무장한 상태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경제 군사적 거대 강대국으로 행동할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국들에 미군 주둔 비용에 50%의 프리미엄이 더 붙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군대는 보호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 군대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맹국에 배치된 미군의 영구 주둔은 축소돼 해외로 출동해 목표를 타격한 뒤 슬그머니 철수하는 원정 부대로 대체되고 있다.”
작금의 미국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5년 전 분석입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Danger Zone)의 저자이자 세계적 지정학 전문가인 마이클 베클리 미 터프츠대 교수입니다.
그는 2020년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즈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꾸는 미국의 급변침을 이같이 분석하며 미국을 ‘불량한 초강대국(Rogue Superpower)’이라는 용어로 규정해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변화 양상을 정확히 예측한 그가 5년 만에 다시 같은 매체에 후속 성격으로 미·중 패권 전쟁을 새롭게 업데이트해 게재했습니다. 인구학적 변화를 기반으로 그의 논리 전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살벌한 현실주의 노선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상당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그가 ‘미국 일방주의 시대-불량한 초강대국이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분석 글을 매일경제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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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가 포린어페어즈에 올린 ‘미국 일방주의 시대-불량한 초강대국이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방식’ 기고문. <이미지 캡처=포린어페어즈> |
이 글에 앞서 그는 미국 대선을 두 달 앞둔 작년 9월 한국을 찾아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매일경제가 마련한 글로벌 지식 축제인 ‘세계지식포럼’에 핵심 연사로 초청됐는데 당시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당장 임박하지는 않더라도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대만 침공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중국은 국내 압력이 커질 경우 앞으로 몇 년 안에 무력충돌의 비용보다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만을 침공했을 때 감내해야 할 비용보다 대만 침공을 선택하지 않고 내부 분열과 변화의 압력(경제의 쇠락과 고령화, 국가 통치 시스템에 대한 반발 등)을 버틸 때 발생하는 비용이 더 커서 침공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논리입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그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 특히 관세를 이용한 전략이 한국·일본과 같은 중요한 파트너들을 소외시켜 중국에 맞서기 위한 집단적 노력을 약화한다”고 염려했습니다.
7개월 전 그의 예측은 지금의 지정학적 상황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16일 포린어페어즈에 업데이트된 분석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량한 초강대국으로 변화하려는 미국의 머릿속에 어떤 셈법이 깔려 있는지입니다. 미국의 방위 역량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방위비 부담 압박을 받는 한국과 일본에 그의 논리 전개는 곱씹어볼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미국이 최근의 돌변한 모습처럼 불량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동맹들이 미국에 이득에 더 이상 이익이 아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평가합니다.
“미국이 방어막을 제공한 많은 동맹이 오늘날 (인구 감소로) 그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미국의 안보 보장에 힘입어 캐나다와 일본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삭감하고 복지를 확대했으며 중국 시장과 러시아 에너지에 얽혀 성장했다. 많은 미국 동맹은 글로벌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주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침략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은 여전히 미국에 의지한다. 한때 자유주의 질서에 기반을 뒀던 국가들은 미국의 힘을 강화하기보다 미국의 힘을 빼는 종속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유럽 동맹국들을 상대로 “동맹이 미국을 후려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대목과 일치하는 설명입니다. 그는 인구학적으로 동맹국들과 결별할 수 있음을 거듭 역설합니다.
“인구학적으로 미국은 금세기(2001~2099년) 내내 주요 연령대의 노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반면 2050년까지 유럽과 아시아 주요 경제국의 생산성과 군 입대,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25~49세 성인 인구는 약 2억 명 감소할 것이다. 2100년에는 이 수치가 3억 명을 넘어설 것이며, 중국에서만 생산연령 계층 인구의 74%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는 이미 주요 유럽과 아시아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평균 25% 이상 치솟았다. 다른 (동맹국) 경제가 위축되고 긴축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만 글로벌 성장의 중심이 되고 재정 기반과 군사력은 상대적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지정학적 변화에 더해지는 그의 인구학적 분석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이토록 악당의 얼굴로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미국은 그렇게 변화해야 할 전환점에 섰고, 동맹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미국은 더 불량스러질수도 있다는 것이죠.
“인구학적 혼란은 위험한 불균형을 조장하여 동맹국 국방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 독재국가들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반면, 민주 동맹국들은 유권자의 고령화와 복지 의무의 증가로 인해 느릿한 속도로 재무장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균형은 이렇게 독재국 쪽으로 기울고 있어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한 위험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러시아 중국과 함께 북한도 거론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독재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체제 안정을 위해 군대에 의존한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정세가 불안해지면 독재자들은 반대파를 억압하고 군부 충성심을 일으키기 위해 군대에 자원을 투입힌다. 오늘날 러시아는 GDP의 8%를 국방에 투자하고 민간 예산을 삭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매월 2만5000~3만 명의 병력을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노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1930년대 나치 독일 이후 최대 규모의 평시 군비 증강을 진행 중이다. 북한은 가난하고 고령화했지만 여전히 무기와 전쟁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은 미국의 위협인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급감하는 인구 문제로 독자적 방위 역량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또 베클리 교수는 미국의 안보 보호막에 호응해 동맹들이 애를 쓰고 있는 현실도 환기합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일본과 한국, 대만, 유럽 국가들은 세수 감소와 국방보다 사회 지출을 우선시하는 유권자의 고령화로 인해 더디게 재무장하고 있다. 대만의 징집 병력은 2050년까지 절반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한국, 우크라이나는 모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병력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그 결과 <분쟁을 준비하는 독재 국가>와 <너무 느리고 적은 인원으로 대응하는 민주 국가>, 그리고 <먼 거리에 있는 동맹을 방어할 가치가 있는지 갈수록 확신하지 못하는 미국>이라는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야만적이며 불량스러운 초강대국 외교 노선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 인식을 부각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거대한 현실의 벽과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삶이 단지 돈에 관한 것이고 외교정책의 목표가 그 돈을 빨리 독식하는 것이라면 트럼프는 이상적인 지도자다. 하지만 경제학만이 이 지역의 유일한 게임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정학도 있다. 미국이 여러 세대에 걸쳐 평화를 이뤄온 시스템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 무역 전쟁은 단순히 가격만 올리는 게 아니다. 트럼프는 동맹을 해체하고 경쟁자들을 대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발효되고 대공황이 발생한) 1930년대에 세계는 그렇게 무너졌다.”
작금의 지정·지경학적 위험이 1930년대 대공황 사태로 흐를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는 특히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위험천만하다고 염려합니다.
“중국은 미국의 보호 아래 있는 민주적 동맹국이 아니다.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촉발하고 있는 무역 전쟁은 단순한 경제적 갈등이 아니다. 미국의 공격은 중국의 포괄적인 국력을 겨냥한 공격이며, 전면전으로 치닫는 잠재적 서막이다.”
이어 미국이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말 것을 미리 경고합니다.
“진주만을 때린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미국에 경제적으로 적대적이자 군사적으로 취약한 미국을 마주하고 있다. 미군은 대만에서 500마일 이내에 단 두 개의 주요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기지 모두 현재 중국 미사일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의 탄약 비축량은 몇 주 안에 고갈될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 젊은이의 77%는 비만, 약물 복용, 교육 부족 등의 이유로 군 복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1조 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미국 방위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군사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관세를 인상함으로써 미국은 이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싸움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방아쇠가 돼 대만 침공 등 미·중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중국과 분쟁에서 패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죠.
위 설명에서 대만 주변 500마일 반경 내에 지목한 두 개의 주요 기지는 주한·주일 미군기지를 가리킵니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주일·주한 미군기지에는 7만5000명 이상 미군 병력이 주둔해 있습니다.
관련해서 일본은 최근 자국을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상대로 한국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 대응에서 중국 패권 견제로 확장할 수 있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원시어터는 남중국해에서 유사시 한반도를 별개 구역이 아닌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 대응에서 역내 중국 패권 견제로 확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일본이 장단을 맞춰 인·태 지역 내 패권 확장을 꾀하는 구실로 악용될 소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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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사로 초청돼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던 마이클 베클리 미 터프츠대 교수의 발표 모습. <사진=매경DB> |
베클리 교수는 미국이 국익에 도움이 되기보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유라시아 동맹들의 현실을 인구학적 분석으로 조망하면서도 미국이 불량한 초강대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막대한 부는 요새로 둘러쌓은 경제에서 나온 적이 없다. 부는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개방적인 해양 교역 질서에서 나온다. 미국이 대륙주의로 후퇴하고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영토를 양도한다면 당장은 다른 나라들보다 안전하고 부유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 지금보다 훨씬 더 가난해질 것이며 향후 분쟁의 불길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것은 이상주의가 아닌 공포였다. 단순히 강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미국 본토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쏟는 것이다.”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디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요새의 나라로 이끌지 말고 중국의 패권 위협에 맞서 취약한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하고 동맹과 힘을 키워야 한다는 당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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