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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우크라, 이번주 합의하길”···우크라엔 불리한 종전안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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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반도 러 영토 인정·나토 가입 불가’ 종전안
우크라 답변 요구하며…트럼프 “합의하길 바라”
트럼프 비위 맞춘 러 ‘30시간 휴전’ 성과 없이 끝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부활절 휴전’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번 주 내 합의”를 요구했다.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크름반도의 러시아 영유권을 인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협상의 교착 상태를 벗어나려는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선택지 수용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주 안에 합의하길 바란다”며 “그러면 양국은 번영 중인 미국과 큰 사업을 시작할 것이고 큰 부를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사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전쟁을 끝낼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으며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종전 제안에는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을 미국이 관리할 수 있는 중립 지대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이후 ‘불법적인 강제 합병’이라고 했던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동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해온 사항이 담긴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주장해온 돈바스 등 동부 4개 점령 지역에 대한 러시아 귀속권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군대가 이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WSJ는 이번 제안이 러시아 요구에 일부 못 미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고 짚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제안이 ‘일방적 강요’가 아닌 ‘논의와 피드백을 위해 가능한 선택지 목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진전이 없다면 손을 뗄 수도 있다며 속도전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그동안 논의해 온 광물협정도 이번 주 안에 체결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속도전에 돌입한 것은 중재자로 나섰는데도 외교력 부재로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시아에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종전이라는 성과와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WSJ은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외교적 타협을 모색하게끔 압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무기와 정보 지원을 중단했지만,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경제 제재 등 구체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종전안을 건넨 유럽 국가들과의 회의에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일방적으로 선언한 30시간 ‘부활절 휴전’을 두고 미국을 의식한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쏟아질 때도 “휴전이 연장되면 환영할 것”이라는 형식적인 입장만 내놓기도 했다. 30시간 휴전은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휴전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비난만 주고받다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 엑스에 “부활절이 끝난 21일 오전 0시 기준 러시아군의 휴전 위반이 2935건에 달했다”며 “이는 푸틴이 군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거나, 종전 의지 없이 그저 유리한 선전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공격하는 등 1000번 넘게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부활절 휴전조차 지키지 못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적인 평화를 위한 협정 체결을 (중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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