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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가족 단톡방서도 후티 공습 기밀 유출…곧 사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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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9일(현지 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5.04.10. [파나마시티=AP/뉴시스]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방부의 ‘혼돈(chaos)’과 기능 장애가 대통령에게 방해가 되는 수준이다.”

존 얼리엇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0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도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곧 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11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성비위, 인종차별, 음주 의혹 등에 직면했다. 지난달 15일 미국이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를 공습했을 때도 그가 공습 직전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있는 민간 메신저 ‘시그널’ 대화방에서 이를 공유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터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 와중에 그가 부인 제니퍼, 남동생 필립, 개인 변호사 팀 파를라토어 등 가족 및 지인과의 시그널 대화방에서도 이 공습 계획을 공유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0일 보도했다. 국방장관이 민감한 군사 정보를 사적 측근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가족 단톡방서도 후티 공습 유출 의혹

NYT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후티 공습 당일인 지난달 15일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제니퍼, 필립, 파를라토어 등 13명이 있는 대화방에서 FA-18 전투기의 출격 일정 등을 공유했다. 이 대화방은 헤그세스 장관이 올 1월 상원 인준 청문회를 준비하며 직접 만들었다.

필립과 파틀라토어는 겉으로는 정부 직책이 있지만 여러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해 있다. 필립은 올 2월부터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선임보좌관으로 재직하며 국토안보부와 국방부와의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다. 파를라토어도 지난달 초 법무부의 군법무관단 소속 해군 중령으로 임관했다. NYT는 “두 사람이 후티 공습 정보를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질타했다. 아무런 직책이 없는 제니퍼 또한 올 2월과 지난달 최소 두 차례 이상 남편이 영국 등 동맹국과의 고위급 군사 회담을 가질 때 동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미 골드버그 편집장, J D 밴스 부통령,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포진한 또 다른 시그널 대화방에서도 후티 공습 계획을 공유해 비판받았다.


이번처럼 가족과 지인이 있는 대화방에서 민감한 군사 정보를 공유한 건 더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국방부 참모 잇따른 이탈

최근 국방부 간부들이 줄줄이 떠난 것 또한 헤그세스 장관의 각종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엘리엇 전 대변인은 17일 사표를 낸 지 3일 만에 폴리티코에 전직 상관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조 캐스퍼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도 18일 사임했다.

이 외 댄 콜드웰 전 국방장관 수석고문, 다린 셀닉 전 국방장관 부비서실장 등은 15, 16일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해고됐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회 차원의 ‘시그널 게이트’ 조사가 이뤄지자 헤그세스 장관이 자신에게 순종적이지 않은 두 사람이 불리한 증언을 할까 우려해 해고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장관 상원 인준, 지난달 24일 ‘시그널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모두 헤그세스 장관을 두둔했다. 하지만 인준 당시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한 공화당에서도 반대표가 3표나 나와 상원의장을 겸하는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간신히 인준이 통과됐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류를 감안할 때 헤그세스 장관의 추가 비위가 드러나면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감싸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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