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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뉴스1 |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자회사 ‘위믹스’ 해킹 사건에 이어 중국 게임사의 지식재산권(IP) 로열티(사용료) 미지급 문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각종 논란에 회사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당분간 실적과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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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미르의 전설2’./위메이드 |
◇ “미르의 전설2 미지급 로열티만 8000억원 넘어”
위메이드는 21일 ‘중국 저작권 소송 배상금’ 설명회에서 중국 게임사 셩취게임즈(옛 샨다게임즈)와 상해킹넷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손해배상금이 8360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중국 게임사들은 과거 위메이드와 ‘미르의 전설 2’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개발한 게임이 중국에서 크게 성공해 막대한 매출을 올렸지만, 위메이드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위메이드는 이들을 상대로 다수의 저작권 침해와 계약금 미지급 소송을 제기했고, 장기간 법적분쟁 끝에 승소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위메이드와 셩취게임즈와의 갈등은 2001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당시 위메이드와 ‘미르의 전설2’ 저작권을 공동 소유했던 국내 게임사 액토즈소프트가 셩취게임즈와 해당 게임 I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르의 전설2’ 중국판을 출시했다. 중국판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셩취게임즈는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가 미지급 로열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자, 셩취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 지분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위메이드는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ICC는 셩취게임즈가 위메이드와의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 위메이드에 손해배상금 약 300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위메이드는 상해킹넷의 자회사인 절강환유, 지우링과 2016~2017년 ‘미르의 전설 2’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로열티 미지급 문제를 겪었다. ‘미르의 전설 2′ IP를 기반으로 중국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 ‘남월전기’ ‘용성전가’ ‘전기래료’와 연관된 배상금만 각각 960억원, 3400억원, 1000억원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상해킹넷과 자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로열티 지급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상해킹넷의 집행 방해로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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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블로그 갈무리. |
◇ 90억원 해킹 당한 위믹스 상장폐지 여부 촉각
중국 게임사와의 소송 외 위메이드의 고민은 블록체인 자회사 위믹스 재단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위믹스의 상장폐지 여부다. 위믹스는 지난 2월 약 90억원의 해킹 피해를 입은 사실을 뒤늦게 공지했다는 이유로 국내 가상 화폐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앞서 위믹스는 2022년에도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해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됐다가 재상장된 바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 18일 위믹스의 거래 유의 종목 지정을 또 한 차례 연장했지만, 위믹스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닥사는 “거래 유의 종목 지정 연장·해제 또는 상장 폐지 여부는 5월 첫 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믹스는 위메이드의 게임 내에서 재화를 거래할 때 사용된다. 위메이드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교환 서비스 ‘플레이 브릿지’에서 여러 게임의 아이템과 교환된다. 이 플레이 브릿지에서 지난 2월 28일 외부 공격으로 약 87억5000만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 860만개가 해킹으로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위믹스 재단은 위믹스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총 100억원 규모의 바이백을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14일 공지했고 현재 바이백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지만, 거래 유의 종목 지정 기간이 연장되면서 위메이드의 주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연초 4만5000원대였던 위메이드 주가는 21일 장중 2만8000원선까지 떨어졌다. 해킹이 발생한 2월 28일 기준(주당 3만9600원)으로 봐도 주가가 한 달 반 만에 27.6% 하락했다.
이번 사태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위메이드는 2021년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에 블록체인을 결합해 약 170개 국가에 출시했고 지난해 블록체인 게임 ‘나이크 크로우 글로벌’을 선보였다. 최근 국내에서 흥행한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연내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실적 반등 시점도 하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메이드의 1분기 영업손실은 172억원으로 추정,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성적이 반영되는 2분기부터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중국 미르M은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알리거나, 확률 정보를 누락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위메이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자사 게임 ‘나이트크로우’에서 확률형 아이템 ‘조화의 찬란한 원소추출’을 판매하면서 일부 구성품의 획득 확률을 최소 1.76배에서 최대 약 3배까지 과장해 표시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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