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모방 저품질 차로 여겨지던 BYD
2024년 판매량·매출 글로벌 1위 등극
형에게 얹혀산 흙수저, 돈도 빌려 창업
배터리서 본 가능성…전기차 진출 결심
배터리·모터·ECU 3대기술 동시 보유
247.5% 트럼프 관세는 극복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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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서 본 가능성…전기차 진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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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인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를 얕잡아보며 한 말이다. 세간에서 BYD는 저품질 차량을 생산하며 서구 모델을 모방하는 수준 쯤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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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촨푸 BYD 회장이 2011년 11월 중국 산시성 시안의 가오신 지구에서 열린 BYD 컴퍼니 전기 K9 e버스 시범 운행식에 참석한 모습 |
14년 전인 2011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를 얕잡아보며 한 말이다. 세간에서 BYD는 저품질 차량을 생산하며 서구 모델을 모방하는 수준 쯤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틀렸다. BYD의 지난 2023년 4분기 판매량이 공개되자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외신들은 일제히 “BYD가 테슬라를 추월했다”는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머스크의 테슬라가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BYD의 지난해 매출 역시 7771억위안(약 157조15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7660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것으로, 977억달러(약 143조5000억원)인 테슬라를 제친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 역시 BYD가 차량 427만대를 인도하면서 테슬라(178만9226대)를 앞질렀다.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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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애드미럴티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BYD 중간 실적 발표에서 왕촨푸 BYD 회장이 참석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BYD의 주가는 올해 1분기 동안 52%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테슬라는 뉴욕증시에서 32% 하락했다.
‘중국 전기차 시대’를 연 BYD의 창업주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올해도 브레이크 없는 성장가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성공신화를 쓴 마윈(馬雲)에 이어 중국의 대표 혁신기업인으로 BYD(Build Your Dream)의 뜻인 ‘당신의 꿈을 설계하라’는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
잠재력 믿은 친형 뒷바라지…사촌 돈으로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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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촨푸 BYD 회장(왼쪽)과 그의 형 왕촨퐝. [인터넷 캡처] |
왕촨푸 회장은 1966년 중국 안후이성 우후시 우웨이현 시골 마을에서 2남 6녀 중 7번째로 태어난 흙수저다. 그는 10대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나이 고작 13세였다. 설상가상으로 2년 뒤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고 다섯명의 누나들은 급히 결혼하며 입을 줄여야 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맏형 왕촨퐝(王傳芳)은 동생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그와 형수의 뒷바라지로 왕촨푸는 1983년 창사 소재 중난대학 물리야금화학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이 무렵 왕촨팡 부부도 동생을 따라 후난성 창사로 거처를 옮겨 작은 가게를 열고 동생의 학비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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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Build Your Dream(당신의 꿈을 설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중난대학을 졸업한 뒤인 1987년 왕촨푸는 베이징비철금속연구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3년 뒤 석사 학위를 받은 뒤에도 연구실에 남아 연구원 생활을 계속하며 배터리 전극 이용효율과 용량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배터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왕촨푸가 훗날 전기차 사업을 구상하는데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왕촨푸는 1993년 선전에 설립한 배터리 유한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배터리 산업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사촌 형에게 큰 돈을 빌리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1995년 BYD의 시작이었다.
창립 초기의 BYD는 휴대전화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주력 품목으로 삼았다. 당시 BYD의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왕촨푸는 매일 새벽 1~2시가 돼서야 일과를 끝냈고, 퇴근도 잊은 채 잠깐 의자에서 눈을 붙인 후 일에 매달리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는 절치부심의 노력 끝에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일본 산요전기, 소니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명실상부한 중국 배터리 대표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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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왕촨푸 BYD 회장 [AP] |
전기차 사업에 출사표…버핏 투자 받으려 배터리 원액 마셔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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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차량이 고급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신의눈(天神之眼·God’s eye)’을 이용해 원격 주차를 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
왕촨푸는 배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했다. 2003년 국영기업인 시안친촨자동차 인수하면서 돌연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다.
급작스러운 사업 추진에 투자자와 주주들은 당연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당시 BYD는 자동차를 만들어 본 적 없었을 뿐 아니라 왕촨푸가 인수한 친촨차는 내연기관을 만들던 기업이라 전기차 사업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못했다. BYD의 시가총액은 단기간에 30억홍콩달러가 증발했을 정도다. 기술력에서 절대적으로 밀린다는 사실은 왕촨푸 역시 인지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왕촨푸는 ‘가격 경쟁력’을 돌파구로 삼았다. 전기차를 타사 제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 결과 BYD가 2005년 첫 출시한 F3은 출시 첫해에만 10만대를 팔아치우며 성공을 알렸다. BYD는 F3R, F6 등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서의 발판을 다졌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BYD 매출은 매년 두 배씩 증가했다.
세계적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BYD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왕촨푸는 버핏의 눈에 들기 위해 관계자들 앞에서 배터리 전해액을 직접 마신 일화는 유명하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8년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의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소콜이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왕촨푸와 BYD 경영진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왕촨푸는 소콜 회장 앞에서 BYD의 기술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자사의 배터리 전해액을 한 모금 들이켜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버크셔 해서웨이는 BYD의 지분 10%를 2억32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 투자로 BYD는 자체 설계한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버핏은 “결국 전기차가 대세가 될 텐데,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5분 충전 470㎞ 주파…자율주행시스템 가격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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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오토 차이나 2024)에서 왕촨푸가 BYD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
BYD가 판매량과 매출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이룬 비결은 가격경쟁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BYD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3대 핵심기술인 배터리, 모터, ECU(전자제어장치)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업체다. 이 같은 BYD의 전기차 핵심부품 기술력은 완성차 경쟁력으로 연결됐다. 여타 자동차 업체와는 달리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기차(BEV)와 프리미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PHEV) 모두를 아우르는 BYD의 제품군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가격경쟁력의 발판을 세우기 위해 기술경쟁력 확보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BYD는 지난해 R&D(연구개발)에 541억(11조 원) 위안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35.6%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노력으로 BYD는 2023년 1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신의눈(天神之眼·God’s eye)’을 처음 선보였다. 신의 눈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원격 주차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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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배터리에 대한 집착을 가진 BYD 창업자 왕촨푸’라는 제하의 기사. [FT 홈페이지 캡처] |
이에 그치지 않고 왕촨푸는 올해 2월 저가 모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차종에 신의눈을 탑재해 ‘전 국민 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테슬라가 관련 기능을 3만2000달러(약 4654만원) 이상 모델부터만 적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에는 또 “불과 5분 충전으로 470㎞를 주행할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을 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BYD는 4만달러 미만의 인기 스포츠 유틸리티 모델 EV 2종에 다음 달부터 신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이밖에 BYD는 올 초 글로벌 AI 시장에 충격을 안긴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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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Auto China 2024)에 왕촨푸 BYD 회장이 참석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BYD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왕촨푸는 중국에서 손에 꼽는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왕촨푸의 순자산은 271억달러(약 35조5330억원)다.
천문학적인 재력에도 그는 여전히 검소함을 유지하고 있다.
왕촨푸의 집은 BYD의 주요 공장에서 도보거리에 있으며, 꼭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공개 행사에는 실무 관리들을 파견한다. 왕촨푸와 가까운 직원들은 그를 절제되고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마이크로매니저로 묘사했다. 한 사업부에서 팀원들에게 과일을 나눠주기 위해 그의 승인을 구한 일화가 나올 정도다.
미국의 전기차 관세 247.5%…세계시장 최종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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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인천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 [연합] |
승승장구하는 왕촨푸의 BYD에겐 아직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다. 실제로 BYD의 지난해 판매량 427만2145대 가운데 해외로 수출된 차량은 41만7200대로 전체 판매량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FT는 “BYD는 중국에선 성공적이지만, 사업 모델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왕촨푸는 보조금 부족, 새로운 공급망, 더 높은 노동 및 환경 기준, 중국의 기술적 우위에 대한 서방의 깊어지는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BYD는 세계 생산기지에서 적잖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럽연합(EU)은 헝가리에 설립한 BYD 전기차 공장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브라질에서는 BYD 공장 신축 현장에서 강제노동 사건이 적발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서 벌이는 관세전쟁에서도 BYD는 사정권에 들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미국 수입차에 대해 부과되는 기존 2.5%의 관세에 더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높여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중(對中) 관세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일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45% 관세율 부과한 것까지 적용하면 총관세율은 247.5%에 달한다.
이럴 경우 BYD의 초저가 모델인 ‘시걸(seagull)’의 미국 판매가격은 기존 7800달러에서 1만9300달러를 더한 2만7100달러로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와 우려 속에도 BYD의 전망은 대체로 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기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납품받기로 하면서 전기차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MLCC는 ADAS와 같이 오작동 없이 오래 견뎌야 하는 차량용 부품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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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왕촨푸는 한국 시장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들어 BYD는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 3월에는 중고차 수입·유통·판매를 하는 법인 BYD코리아오토도 설립했다. 지난 14일에는 첫 국내 승용 모델인 BYD ‘아토3’ 인도를 시작하기도 했다. BYD 아토3는 소형 전기 SUV로, 출시 3년 만에 100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IMD 차이나의 마크 그리븐 교수는 “BYD의 속도, 규모, 공급망 통제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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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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