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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고 현역을 연장한 벌랜더는 시즌 첫 네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18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평균자책점도 6.75로 높은 편이었다. 당장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한 번도 없었고 4실점 이하 경기도 두 번이었다. 첫 승리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런 벌랜더는 이날 첫 승의 기회를 잡았다. 5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1-1로 맞선 6회 샘 허프가 투런포를 터뜨리며 3-1 리드를 잡은 것이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가운데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벌랜더는 선두타자 루이스 렌히포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다. 렌히포가 벌랜더의 공을 계속 파울로 만들어내며 끈질기게 버텼다.
그리고 10구째 렌히포가 정확하게 타격을 해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장타와는 거리가 있는 타구였지만, 타구 속도도 빨랐고 여기에 발사각이 15도밖에 되지 않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누구나 이 끈질긴 승부의 승자가 렌히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벌랜더를 도운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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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예감했던 벌랜더는 막상 이정후가 이 공을 잡아내자 순간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올려 환호했다.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었고, 첫 승이 간절했던 벌랜더가 이 플레이를 평소보다 더 기뻐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10구 승부였다. 만약에 출루로 이어졌다면 에인절스 더그아웃의 기세가 살아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몸을 던져 그 기운을 막아냈다.
‘스탯캐스트’가 집계한 이 타구의 안타 확률은 87%에 이르렀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낮은 탄도였다. 같은 타구 속도라고 해도 높은 포물선을 그렸다면 차라리 잡기가 편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의 뛰어난 판단력과 수비력이 이를 아웃카운트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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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흥분한 샌프란시스코 중계진과 달리 LA 에인절스 중계진은 더 차분하게 분석을 이어 갔다. 에인절스 중계진은 “이정후가 다이빙을 했고 공을 잡아냈다. 이정후의 뛰어난 플레이였다”고 상대 팀 선수를 칭찬한 뒤 “이정후가 아니었다면 렌히포에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위대한 첫 스텝이었고, 아주 잘 잡아냈다. 이기는 팀은 저런 플레이를 할 줄 알고, 자이언츠가 그런 플레이를 했다”면서 박수를 보냈다.
벌랜더는 이정후의 호수비를 등에 업고 6이닝을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샌프란시스코도 3-1로 앞선 8회 1점을 보태며 4-1까지 달아나 승리를 눈앞에 뒀다. 벌랜더의 올 시즌 첫 승, 그리고 개인 통산 263승째가 올라가는 듯했다. 이정후는 네 번째 타석에서 상대 좌익수 타일러 워드의 다이빙 캐치 호수비에 걸렸고,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팀의 승리라면 경기를 나름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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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잭 네토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1실점을 내준 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이어 조 아델에게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했다. 펜스까지 공이 굴러간 가운데 세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4-5, 허무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던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주춤하며 시즌 전적 14승8패를 기록했고, 벌랜더의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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