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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주 한미 2+2 관세 협상, 속도전 아닌 장기전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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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이번 주 본격적인 관세 협의에 들어간다. 양측 재무·통상 분야 장관이 한꺼번에 테이블에 앉는 ‘2+2’ 형식이다. 우리 측에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나서 24, 25일께 머리를 맞댄다.

미국은 관세전쟁 강행 이후 증시 급락, 중국의 맞대응,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우려 등으로 정치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의 최우선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일 관세 협상에 ‘깜짝 등장’해 주일 미군 주둔 비용 증액, 대일 무역적자 제로(0), 미국산 자동차 판매 확대 등을 압박한 배경이다. 관세를 지렛대로 동맹국에 안보 비용 대폭 상향과 비관세 장벽 제거를 요구하는 트럼프 특유의 ‘원스톱 쇼핑’ 공세를 편 것이다. 일본과 통상·안보 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도 곧 맞닥뜨릴 현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19일(현지시간)에는 뉴욕 맨해튼 등 미국 전역서 700건의 반트럼프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는 등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시위대는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 “독재자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면 관세전쟁의 전리품이 필요한 데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25%의 품목별 관세와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25%)를 인하하거나 유예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미국의 속도전에 이끌려 섣불리 ‘당근’(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주한미군 방위비 대폭 증액)을 제시하며 원스톱 쇼핑 전략에 말려선 안된다. 지금은 양국이 무역 균형을 이루기 위한 쟁점을 확인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단계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투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우리 협상팀의 전략은 바람직하다. 40여일 뒤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당초 우리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 검토 등을 매개로 품목별 및 상호관세의 예봉을 피하는 ‘패키지 딜’ 또는 ‘빅딜’을 선제적 협상 전략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피즘(자국 우선주의)이 안팎의 역풍을 맞으면서 관세 협상은 언제 골대가 움직일지 모르는 게임이 됐다. 이런 때는 우리 패를 먼저 보이는 것 보다는 상태 패를 보아가며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건과 형세가 변모하는 상황에서는 속도전 보다는 장기전을 치른다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