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콜드플레이 크리스마틴의 발언을 패러디한 영상. 유튜브 갈무리 |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주 내한한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바꿔 자신을 대통령으로 추천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공정무역, 팔레스타인 지지, 성소수자 권리 등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밴드다.
나 후보는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에 콜드플레이가 자신을 다음 대통령으로 추천했다는 내용의 쇼츠(짧은 영상)를 올렸다.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18일 공연에서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올 때마다 대통령이 없다”며 “드러머 윌 챔피언을 다음 대통령으로 추천한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크리스 마틴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뒤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열었는데, 이번에도 윤 전 대통령 파면 뒤에 공연 일정을 잡아 ‘탄핵 요정’, ‘무정부 요정’이란 별칭이 붙었다.
나 의원은 크리스 마틴이 ‘드러머 윌 챔피언’을 언급한 대목의 자막을 비슷한 발음의 ‘드럼통 챌린지를 한 나경원’으로 바꿔 달았다. 드러머 얼굴에도 본인의 얼굴을 합성했다.
크리스 마틴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재밌고 강한 좋은 사람이고, 독재자도 물리쳐 줄 것”이라며 윌 챔피언을 추어올리는 대목에도 “나경원 4강 간다, 2강 간다, 최종 후보다, 대통령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막을 달았다. 크리스 마틴이 발언을 마친 뒤엔 나 의원이 직접 등장해 “땡큐 콜드플레이, 다음 내한 공연은 제가 있겠습니다”라고 화답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 |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콜드플레이 크리스마틴의 발언을 패러디한 영상. 유튜브 갈무리 |
누리꾼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비판적이다. 정치인들이 유행하는 ‘밈’을 활용해 홍보 쇼츠를 만들 수는 있지만, 과도한 날조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콜드플레이의 발언을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데 앞장섰던 강경 보수 정치인이 가져와 이용했다는 점에서 콜드플레이 팬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 |
일간베스트 갈무리 |
영상에서 드럼통 챌린지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나 의원은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드럼통에 들어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드럼통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유기할 때 등장하는데, 이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 의원이 언급한 ‘드럼통’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악의적으로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의원을 허위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나 의원은 대선 경선 홍보에 재차 해당 챌린지를 활용한 것이다.
한 누리꾼은 “콜드플레이 밴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라며 “실제 콘서트에서 이야기한 멘트의 취지랑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크게 보면 콜드플레이가 내란 세력(국민의힘)을 디스한 거나 다름없는데 제정신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나 의원은 비판이 잇따르자 21일 아침 영상을 잠시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영상을 다시 공개 상태로 바꾼 뒤 유튜브 영상에 “콜드플레이의 의도와는 무관한 단순 홍보영상”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이후 나 의원이 비판적 내용이 담긴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