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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의 문 ‘도리이’ 모습. 도쿄/홍석재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1일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춘계 예대제(봄철 큰 제사)에 맞춰 ‘총리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상록수의 일종인 비쭈기나무)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가을 큰 제사)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는 하지 않다. 통신은 정부 관계자 말을 따, 이번에도 이시바 총리가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예대제 기간에 신사 참배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료들의 집단 신사 참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추계 예대제 때는 정권 출범 직후였던 데다, 중의원 총선거 기간과 겹쳐 정부 모든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춘계 예대제 당시에는 일본 초당파 모임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90여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한 적이 있다. 이 모임 부회장이자 자민당 소속 이사와 이치로 의원은 참배 뒤 기자들을 만나 “대다수의 일본 국민이 전후에 태어난 새로운 시대가 됐다. 전쟁의 비참함,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다음 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참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1867년 메이지유신 전후를 시작으로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이나 내전 때 숨진 이들의 혼령이 합사된 곳이다. 야스쿠니신사 누리집은 “오로지 ‘나라의 태평함’을 일념으로 존귀한 생명을 바친 이들의 혼령들이 모셔져 있으며 그 수가 246만6천기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 가량이 일본의 침략전쟁인 태평양 전쟁 당시 희생자다. 1978년에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 14명이 합사됐다. 이 가운데 일제강점기 조선인 2만여명이 포함돼 유족 등이 합사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마지막이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10년 넘게 직접 참배하지 않는 대신 주로 공물을 보내왔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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