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앞이 있긴 할까요?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하죠?"
2시간 넘게 달린 공연,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하던 허윤진은 1년 전 괴로웠던 순간을 꺼냈다. 르세라핌(LE SSERAFIM)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데뷔 무대에서 라이브로 혹평을 받았고, 하이브와-민희진 전 대표 분쟁 중 데뷔 시기와 관련해 난데없이 팀명이 언급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코첼라 공연 때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라이브를 선보인 것을 고려해도, 르세라핌은 그 후로 듣지 않아도 될 과도한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던 게 사실이다. 그랬기에 르세라핌은 곁을 지키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의 존재가 더 절실했다. 2년 만에 개최하는 새로운 단독 투어이자, 첫 번째 월드 투어인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인천 공연 마지막 날, 멤버들 전부 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 까닭이다.
2023년 '플레임 라이지즈 인 서울' 이후 두 번째 단독 투어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 포함한 첫 월드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시작
4장의 미니앨범, 1장의 정규앨범 아우른 세트 리스트
삼각형 스크린 눈길, 여러 특수효과로 몰입감 높여
험난했던 지난 1년 되새기며 멤버들 울음 터뜨리기도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 포함한 첫 월드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시작
4장의 미니앨범, 1장의 정규앨범 아우른 세트 리스트
삼각형 스크린 눈길, 여러 특수효과로 몰입감 높여
험난했던 지난 1년 되새기며 멤버들 울음 터뜨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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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일 이틀 동안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월드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을 공연한 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앞이 있긴 할까요?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하죠?"
2시간 넘게 달린 공연,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전하던 허윤진은 1년 전 괴로웠던 순간을 꺼냈다. 르세라핌(LE SSERAFIM)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데뷔 무대에서 라이브로 혹평을 받았고, 하이브와-민희진 전 대표 분쟁 중 데뷔 시기와 관련해 난데없이 팀명이 언급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됐다.
코첼라 공연 때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라이브를 선보인 것을 고려해도, 르세라핌은 그 후로 듣지 않아도 될 과도한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던 게 사실이다. 그랬기에 르세라핌은 곁을 지키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의 존재가 더 절실했다. 2년 만에 개최하는 새로운 단독 투어이자, 첫 번째 월드 투어인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 인천 공연 마지막 날, 멤버들 전부 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 까닭이다.
이른바 '가시밭길' 같았던 지난 1년을 돌아보느라 공연 후반부에 울음이 번졌지만, 앙코르 멘트 전까지 르세라핌은 '쾌속 질주'했다. 이전 투어 땐 없었던 세 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르세라핌은 '크레이지'하고 '핫'한 무대를 '이지'하게 소화하는 데에, 이날 공연의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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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은 이날 첫 곡으로 '애쉬' 무대를 선보였다. 쏘스뮤직 제공 |
20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르세라핌의 '이지 크레이지 핫' 월드 투어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삼각형이라 주목도가 더 높았던 대형 스크린에는 모닥불 타는 장면이 나타났다. 지글지글한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주황빛으로 타다가 결국 검게 재가 된 모습이 남았다. 첫 곡 '애쉬'(Ash)를 알리는 인트로였다.
지난달 발매해 또 하나의 르세라핌 히트곡으로 올라선 '핫'(HOT)은 두 번째 곡이었다. 일찍부터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선곡이었다. 응원법도 크고 거침없었다.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올해의 그룹'으로 선정된 유명 밴드 정글(Jungle)의 멤버 조쉬 로이드(J Lloyd), 리디아 키토(Lydia Kitto)와 협업한 '컴 오버'(Come Over)로는 흥겨운 리듬과 목 아이솔레이션 안무 등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스스로 '불로 태어났다'(Born Fire)라며 강렬한 시작을 알린 르세라핌은 '메이크 잇 룩 이지'(Make it look EASY)를 두 섹션으로 나누어 다양한 곡 무대를 펼쳤다. 후렴구가 금세 귀에 꽂혔던 '스완 송'(Swan Song)을 앉아서 부른 르세라핌은 다음 곡 '사워 그레이프스'(Sour Grapes) 때는 무대 왼쪽과 오른쪽 끝으로 이동하며 팬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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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김채원. 쏘스뮤직 제공 |
어제 무대를 해서 오늘은 없다고 깜찍한 농담을 했던 그 곡 '블루 플레임'(Blue Flame)은 르세라핌의 초기 곡이어서인지 팬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크림슨 하트'(Crimson Heart) 테마곡으로 유명하지만, '블루 플레임'은 아무 배경 없이 '음악'으로만 접근해도 듣기 좋은 디스코-펑크 스타일 곡이다. 세련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에 보컬을 통해 청량함을 한 스푼 끼얹었는데, 각기 다른 멤버들의 음색이 통일성 있게 들려서 신선했다.
'임퓨리티스'(Impurities)에서 르세라핌은 붉은 보석 배경을 뒤로 하고 누워 있었다. 카메라도 위에서 아래를 향해 찍어서 멤버들의 누운 모습을 더 잘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The Great Mermaid)에선 발레를 전공한 카즈하의 쭉쭉 뻗는 발차기에 쾌감을 느꼈다.
김채원은 카즈하가 '스완 송' 인트로를 만들고 가르쳐 줄 때 "은근히 호랑이 선생님이었다"라고 전했다. 홍은채가 포즈를 자기 스타일로 바꿔도 되냐고 묻자 안 된다고 했다고. 카즈하는 "제가 예쁜 포즈를 만들어 왔는데 왜 바꾸냐 했다"라며, 포즈를 취하는 홍은채를 보고 "팔다리가 기니까 이렇게 라인을 살렸다"라고 설명했다. 허윤진 포즈에 관해서는 "언니가 핫 걸이기 때문에 햇살을 가리는 포즈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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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사쿠라. 쏘스뮤직 제공 |
SBS '인기가요' 1위라는 기쁜 소식을 나눈 후, 마치 이를 축하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듯 연이어 신나는 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레이션 중 말을 더듬어 '동료'를 '도도독'이라고 해 화제를 모은 김채원은 '파이어 인 더 벨리'(Fire in the belly) 도입부에서 "피어나(공식 팬덤명)! 너 내 도도독, 동료가 돼라"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댄서들과 함께해 무대 양 끝을 채워 규모감을 보여준 '파이어 인 더 벨리'의 다음 곡은 '스마트'(Smart)였다. 엉덩이와 골반을 활용한 안무가 특징인 '스마트'는 마치 테크노 믹스를 한 듯 한층 더 흥겹게 꾸며졌다. '스마터'를 비롯해 가사 일부를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개 짖는 소리를 가미해 인상적이었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는 빠르게 움직이는 화려한 레이저로 시각적인 강렬함도 선사했다.
'크레이지'는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공연장에서 즐기기에 더 적합한 곡이었다. 바로 전에 나온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와의 흐름도 서로 튀지 않고 잘 어울렸다. '엄청 센' 전자 기타 연주를 곁들인 '1-800-hot-n-fun',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샘플링한 힙합 스타일의 곡 '삐에로'(Pierrot)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무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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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카즈하. 쏘스뮤직 제공 |
르세라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기세를 몰아붙였다.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를 시작으로 '언포기븐'(UNFORGIVEN)을 거쳐 '안티 프래자일'(ANTIFRAGILE)을 배치해 본 무대를 마쳤다. 이 세 곡은 밴드 라이브 버전으로 재탄생했고, '이지'는 더 하드한 록 버전으로 편곡됐다.
화면 속 상황을 실제와도 연결하는 연출도 눈에 띄었다. '이지' 무대 때 문을 잘라내는 효과가 나온 후 곧바로 주변 기물이 같이 무너지는 효과를 낸다거나, 물을 끼얹는 장면이 나온 후 흰 콘페티를 뿌린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사워 그레이프스'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화면이, '블루 플레임'에서는 펼쳐진 책 위로 각양각색의 풍경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나왔다.
허윤진이 메인 프로듀서를 맡아 작업한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앙코르 첫 곡이었다. 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 다섯 멤버는 객석 쪽에서 등장해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첫 번째 팬 송 '피어나'(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 무대 때는 휴대전화 불빛을 켜는 이벤트를 관객들이 선사해 장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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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허윤진. 쏘스뮤직 제공 |
'이지 크레이지 핫' 인천 공연은 2년 전 열린 '플레임 라이지즈 인 서울'(FLAME RISES IN SEOUL)보다 여러모로 나아졌다. 우선 곡 수가 늘어 세트 리스트를 더 여유롭게 짰고, 그 덕에 관객 입장에서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첫 투어 당시 곡 수 부족으로 토크가 길어졌고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일단 세트 리스트가 짧고 단조롭다 보니, 자연스레 '단독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 나온 바 있다.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도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이전보다 무대 소화 및 표현력도 발전했다. 특히 카즈하의 보컬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정적이고 노래의 곳곳에 다양하게 쓰여 앞으로 어떨지가 더 궁금해졌다.
고되고 험난한 1년을 보낸 르세라핌은 힘든 시간 곁에 있어 주고, 응원과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깊이 고마워했다. "앞으로도 쉬운 길 아닐 수도 있지만"이라고 한 카즈하는 "사람마다 겪어야 하는 시련이 다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저희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피어나에게도 큰 용기나 힘이 되면 좋겠다"라며 "항상 저희가 피어나를 사랑하는 걸 잊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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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홍은채. 쏘스뮤직 제공 |
홍은채는 "인천까지 먼 걸음 해주신 모든 피어나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고 꼭 말하고 싶다"라며 "저희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멋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장 크게 했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가시밭길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 꽃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을 피어나만큼은 항상 알아주는 거 같아서 고맙다"라며 "르세라핌은 변함없이 피어나 곁에 있을 거다. 피어나 많이 좋아한다"라고 부연했다.
김채원은 "오늘도 좋은 공연이 된 것 같나요?"라고 물은 후 이 공연을 위해 애쓴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를 표하고 박수를 유도했다. 김채원은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쁠 때도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플 때도 같이 슬퍼해 주고 위로해 주는 우리 피어나 덕분에 진짜 잘 버틸 수 있었다"라며 "저한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피어나와 르세라핌 서로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시간"이라고 바라봤다.
"저는 저희에게 온 모든 순간들이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더 강해질 수 있게 된 좋은 기회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더 단단해졌고, 앞으로도 저희의 일을 잘 해낼 예정입니다. 이런 저희의 앞으로의 여정들도 같이 지켜봐 주실 거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겠지만 오늘 저희와 함께 즐겼던 무대들을 가끔씩 떠올리면서 하루하루 힘차게 잘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김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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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스뮤직 제공 |
허윤진은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라면서도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했을 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여전하더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실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감정선이 생겼던 거 같다"라며 "피어나의 사랑을 느끼고 멤버들과 더 더 끈끈해지는 사이를 느끼면서 정말 까마득했던 앞길이 보이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뭐가 진짜예요?'라는 질문의 답은 이 공간에 모두 있다. 우리의 열기와 같이 만들어 낸 추억, 이 열정, 이렇게 진실된 말과 이 언어, 이 온도 이런 것들이다. 남들이 쉽게 뱉는 말이 아닌 우리가 어렵게 이뤄낸 것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 진짜"라며 "우리 앞으로 꽃길 언제나 걸을 순 없지만 언젠간 걸을 수 있게 계속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사쿠라는 "지금 피어나라는 팬분들이 존재하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을 한다"라며 "아무것도 아닌 저를 빛나게 해줬던 건 팬분들 덕분이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사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돌이 르세라핌이라서 저는 정말 운이 너무 좋은 팀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19~20일 이틀 동안 인천 공연을 마친 르세라핌은 5월 6~7일 나고야, 13~14일 오사카, 6월 7~8일 기타큐슈, 12일과 14~15일 사이타마, 7월 19일 타이베이, 26일 홍콩, 8월 2일 마닐라, 8월 9~10일 방콕, 16일 싱가포르 등지에서 총 17회 공연을 연다. 오는 9월에는 북미 투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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