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으로 수차례 개발 중단 위기
최다 적응증으로 세계 1위 항암제 등극
암은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1940년 이전까지는 암에 대한 치료법이 없었다. 항암제의 시초는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사용된 겨자가스다. 겨자가스는 백혈구 감소에 큰 효능을 보이면서 1946년부터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 항암제들은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사멸시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신약 개발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2세대, 3세대 항암제들이 등장하며 부작용을 낮추고 치료 효과는 높은 획기적인 암 치료제들이 잇따라 개발됐다.
오가논·쉐링프라우 거쳐 머크 손에 쥐어진 '키트루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항암제는 2014년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다. 지금은 글로벌 항암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 개발 중단 위기를 겪었다.
최다 적응증으로 세계 1위 항암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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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정상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1940년 이전까지는 암에 대한 치료법이 없었다. 항암제의 시초는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사용된 겨자가스다. 겨자가스는 백혈구 감소에 큰 효능을 보이면서 1946년부터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 항암제들은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사멸시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신약 개발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2세대, 3세대 항암제들이 등장하며 부작용을 낮추고 치료 효과는 높은 획기적인 암 치료제들이 잇따라 개발됐다.
오가논·쉐링프라우 거쳐 머크 손에 쥐어진 '키트루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항암제는 2014년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다. 지금은 글로벌 항암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 개발 중단 위기를 겪었다.
키트루다를 처음 개발했던 곳은 네덜란드 제약사인 오가논(Organon)이다. 이 회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이 약물을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강화하는 작용체(agonist)로 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개발 의도와는 정반대로 암세포의 성장·증식 촉진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길항제(antagonist)로 만들어졌다.
당혹스러운 결과에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가논이 2007년 미국 제약사인 쉐링프라우에 인수되면서 키트루다는 개발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지만, 초기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덕분에 연구용 신약(investigational new drug, IND) 심사를 준비하는 단계에 돌입한다. IND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시험을 위해 특정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한 허가 신청을 말한다.
그러다 2년 만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2009년 쉐링프라우가 머크에 합병되면서다. 머크는 쉐링프라우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면서 키트루다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팔려고 했다.
경쟁사 BMS 덕에 개발 재개…최다 적응증 확보해 '세계 1위 항암제'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사인 미국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덕분에 키트루다의 개발이 재개된다. BMS가 같은 시기에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메다렉스(Medarex)를 인수하면서 암세포의 PD-1(활성화된 T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것이다. BMS의 이 약물은 현재 키트루다와 세계 항암제 치료 시장에서 1위를 다투는 '옵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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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세계 1위 항암제 '키트루다' /이미지=머크 홈페이지 |
BMS의 신약 후보물질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머크도 키트루다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머크는 BMS보다 먼저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다. 어떤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할 지 방향성을 정하는 과정에서 머크는 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시작되는 피부암인 흑색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흑색종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이후 키트루다는 FDA로부터 혁신의약품(BTD)으로 지정되면서 신속심사와 가속승인을 거쳐 2014년 FDA 승인을 받는데 성공한다.
특히 키트루다가 세계 암 치료제 1위에 설 수 있었던 건 16개 암종에서 29개의 적응증(사용범위)을 획득한 덕분이다. 다른 항암제의 경우 10여개 내외의 적응증을 갖고 있고 경쟁약물인 옵디보도 20여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 덕분에 살아남은 키트루다는 2023년 매출 250억달러(35조6000억원)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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