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지분형 모기지가 온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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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으로 10억집 산다"…집값 떨어져도 손실 無, 지분형 모기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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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추이 및 지분형 모기지 예시(검토안)/그래픽=윤선정 |
집값의 10%만 현금으로 갖고 있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지분형 모기지가 나온다. 부족한 자금의 일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주택금융공사의 지분 투자로 조달하는 방식이다.
지분형 모기지로 주택을 구매한 뒤 집값이 하락하면 주금공이 후순위로 손실을 떠안아 주기 때문에 하락 리스크(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금 여력이 생기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택 구입시 공공(주금공)이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을 오는 6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전세보증금 수준의 돈만 있으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이다.
예컨대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 구입시 전체 집값의 10%인 1억원만 있으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집값의 40%인 4억원은 대출로, 50%인 5억원은 주금공이 지분투자를 한다. 보유 현금이 더 있으면 대출을 더 작게 받거나 주금공의 지분투자 비중을 줄일수 있다.
공공이 지분투자를 하는 만큼 지분형 모기지로 매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은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이고, 정책성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대상 주택이 6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기준선이 10억원 전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분형 모기지로 매수한 주택을 팔 때는 시세 차익을 지분율 만큼 주금공과 나눠 갖는다. 예컨대 본인돈 1억원, 대출 4억원으로 지분 50%를 갖고 있는데 시세 차익 2억원이 났다면 주금공과 1억원씩 나눠 갖는 구조다.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은 공동 투자자인 주금공이 책임지도록 설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하락분에 대한 손실은 떠안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금보장이 된다. 집값 하락 리스크를 공공이 떠안는 방식은 주금공의 다른 정책상품인 주택연금에도 적용 중이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가로 지분을 살 때는 시세가 아니라 해당 아파트 실거래가격의 중간값 등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시세보다 싸게 지분을 사면 실거래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주금공에 일정 수준의 '임대료'는 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이자보다는 낮은 연2%대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금공 지분 50%에 대해 연 2%대의 사실상의 '월세'를 내야 하고, 이와 별도로 대출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지분형 모기지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보다는 실거주를 통한 주거안정을 희망하는 사람이 타깃이다. 전월세에 거주하면 2년 주기로 임대료를 올려야 하고 4년이 지나면 이사를 가야 할 수 있다. 이들이 지분형 모기지로 '내 집'을 마련하면 주거 안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버팀목대출 등 정책성대출 위주의 지원을 지분투자로 전환해 가계부채 관리가 더 용이해진다.
금융당국은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한다. 역세권 등 주요 입지의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우선 혜택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일정 수요가 확인되면 제도를 보완해 주금공 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등 민간 금융사, 리츠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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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형 모기지' 대박? 쪽박?..시세차익·임대료·재원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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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형 모기지는 부채를 지분투자로 전환해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없지 않았다. 주택구입 초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익공유형 모기지'나 '지분적립형 주택'이 공급됐으나 집값 상승기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의 문제가 뭐였는지, 조금더 수요를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분형 모기지에 대해 "대박 날 것 같다", "흥행실패 할 것 같다"는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6월쯤 로드맵을 제시하고 수요 파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흥행실패'를 우려하는 이들은 과거 수익공유형 모기지나 지분적립형 주택을 사례로 든다. 이들 정책은 이익과 손실을 공공과 함께 나누고,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2020년 이후 8억~9억원이었던 서울아파트 평균가격이 12억~13억원으로 껑충 뛴다.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야 하는 정책은 외면 받았다. 집값 하락기엔 손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집값 하락에 베팅하는 주택 매매는 모순적이라는 한계점이 드러났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이유는 시세차익과 실거주 2가지가 있는데, 지분형 모기지는 주거 안정 수요에 방점을 찍었다"며 "2년 혹은 4년마다 반복되는 전세갱신 고민없이 작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공과 시세차익을 나누더라도 절대적인 차익이 많이 난다면 수요는 충분할 수 있다. 결국 양질의 '입지'에 지분형 모기지가 적용된 주택을 공급하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주금공 몫의 시세차익에 '상한선'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가 있으면 반드시 하락기가 있다"며 "이 제도는 특성상 30년 이상 장기적으로 가는게 좋다"고 제언했다.
공공이 보유한 지분율 만큼 매월 내야 하는 임대료도 잘 책정해야 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집을 현금 1억원 들여 구매한다면 4억원은 주담대를 받고, 5억원은 주금공이 지분 투자 한다. 연 3.5% 금리를 적용한 주담대의 이자비용은 연간 1400만원. 여기에 주금공에 내야하는 임대료 연 2% 이자율을 적용하면 추가로 1000만원이 더 든다. 월 200만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초기에 보유한 현금이 더 많으면 이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전월세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되도록 임대료 구조를 잘 짜야 한다.
'흥행 대박'이 나더라도 문제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손실분을 주금공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시세가 오르지 않는 비수도권 주택을 중심으로 지분형 모기지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언제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지, 언제 매각할지도 불확실하다. 주금공의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 수요가 폭증하면 영국의 '헬프 투 바이' 사례처럼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재원부족 문제도 제기된다. 주금공 뿐 아니라 은행이나 리츠 등 민간자본의 지분투자 참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분형 모기지가 은행 주담대와 경쟁 상품이 될 경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을 내놓을 유인도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6억원 주택 대상의 디딤돌대출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집값하락 부담을 없앤 지분형 모기지가 나오면 가입을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그런데 이같은 수요가 늘면 도리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가계빚이 정부(공공) 빚으로 전환하는 셈이라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간 협업도 필수다. 지분투자를 하려면 취득세 완화 등 별도의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분양 주택을 공급할 경우 주택 청약제도도 손봐야 한다. 특히 양질의 주택 공급을 위해선 입지분석 등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가 적극 나서야 해결 가능한 문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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