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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맛집도 문을 닫는다…벼랑 끝 자영업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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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맛집도 문을 닫는다…벼랑 끝 자영업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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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폐업한 고깃집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폐업한 고깃집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충격이었다. 월 매출이 5천만원이 넘는 동네 맛집이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문 닫을지를 고민한다는 한 자영업자의 전언은 믿기 어려웠다. 자신의 가게도 월 매출이 2천만원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고 가게 운영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영업시간이 끝난 뒤 대리기사로 ‘투잡’을 뛰고 있다는 말에는 할 말을 잃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오르는데 이에 맞춰 가격도 올리지 못하면서,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늘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리로 빌린 대출금을 고금리로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창업 대비 폐업률은 10년 새 가장 높고,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2021년 5%대에서 2024년 4분기 11%대로 급등했다. 너무 힘들어 폐업하고 싶어도 이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폐업을 하자니 폐업 비용이 만만치 않고, 유지하자니 빚만 늘어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학영 국회부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사회권 보장 불평등 완화 위원회’가 개최한 첫번째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여러 곳에서 들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고 여기에 12·3 내란까지 덮치면서 국민이 지갑을 꽁꽁 닫았다. 자영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지난 3월 기준 취업자 중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의 비율이 2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도 자영업자가 폐업을 하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없다.



실직으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응해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고용보험이 있지만, 자영업자의 가입률은 0.9%에 불과하다(2024년 8월 기준). 무용지물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지만,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있지만, 한국형 실업부조라는 말이 무색하게 급여를 받기 위한 자격 기준이 엄격하고, 설령 급여를 받는다 해도 월 50만원을 6개월간 받을 뿐이다. 재기는커녕 생존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자영업을 그만두고 제대로 된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등급 하락 등의 불이익 우려가 커 외면받았던 새출발기금의 신청자가 최근 폭증한 이유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슬픈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더 답답한 일은 수백만 자영업자가 이런 극한 상황에 몰려 있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란 것이다.



정치권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6·3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대선 주자들이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해 혁신성장을 이루겠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이야기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지는 수백만 자영업자의 위기에 대한 해법조차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어떻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영업자의 요구는 명확하다. 감당할 수 없는 자영업자의 부채를 과감히 탕감해 달라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다른 선진국이 자영업자에 대해 현금 지원을 했던 것과 달리 저리 대출을 통해 위기를 이연시켰다. 그 늦춰진 위기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빚을 갚으려면 장사가 잘돼야 하는데,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과감한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원리금 상환 기간을 대폭 연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기준으로 ‘2년 거치 후 3년 상환’이 원칙이지만, 이를 최소 10년에서 최장 20년까지 확대해야 한다. 중장기 대책은 그다음이다.



정부와 정당들은 감세 논쟁을 중단하고 첨단산업에 34조원을 조성하는 것처럼 자영업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취업자의 22.3%,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가 무너지고도 우리 경제와 사회가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와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면, 민주주의도 안전할 수 없다.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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