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1 언론사 이미지

[시나쿨파]트럼프 파월 해임하면 미증시 무너진다

뉴스1 박형기 기자
원문보기
서울맑음 / 11.3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구인 미국 중앙은행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경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에 조속한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전쟁으로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물가가 올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당연하다. 중앙은행장의 가장 큰 책무가 인플레이션 방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모두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대부분 정권은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저금리를 선호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7년 자신이 직접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발탁, 임명했다. 이후 파월은 바이든 정권에서 연임에 성공, 내년 5월까지가 임기다.


뉴스1

2017년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트럼프는 자신이 직접 발탁했음에도 말을 들지 않는다며 중앙은행장 경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만약 파월이 해임되면 달러, 주식, 채권이 급락하는 등 미국 자본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의 측근 케빈 해싯마저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기자회견하는 트럼프를 바라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트럼프가 제3세계 독재국가에서나 발생할 법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파월이 금리 정책에 능수능란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을 실기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역사상 최고의 연준 의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린스펀은 이른바 ‘파인 튜닝’(fine tunning, 0.5%p가 아니라 0.25%p씩 섬세하게 금리를 조정하는 기법)과 시장보다 반 박자 빠른 ‘선제적’(pre-emptive) 금리 운용으로 약 20년간 연준 의장을 지내며 ‘금리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얻었었다.


뉴스1

'금리의 마에스트로'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그러나 그보다 더욱 강력한 연준 의장이 있었다. 바로 폴 볼커다.

그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연준 의장을 맡았다. 그는 미국의 만성적 고물가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를 잡아 미국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전설적 연준 의장이다.

볼커는 금리를 20% 이상 올리는 등 무자비한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임하며 인플레이션을 잡아 역사상 최고의 연준 의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1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으로 평가받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앙은행 행장 본연의 임무는 ‘인플레이션 파이팅’인 것이다. 파월은 지금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터트림으로써 스스로 미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80년대부터 저물가 속 초장기 호황을 누려 왔었다.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잡은 데다 개혁 개방을 선언한 중국이 세계 제조업 기지로 급부상하며 전 세계에 저가 공산품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뉴스1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중국 덩샤오핑. 1986년 찍은 사진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덕분에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저물가 속 초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너무 커버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관세 폭탄을 퍼붓는 방법으로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더 크기 전에 무슨 수라도 써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 경우, 고물가를 감당해야 한다. 중국 굴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중국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이러고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만약 트럼프가 진짜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미국증시는 물론 전 세계 자본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달러 발권력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예측가능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으로 채권 등 미국 자산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할 경우, 그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자본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파월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파월 해임에 성공하면 오히려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의 해임으로 미국 자본시장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트럼프 탄핵 역풍이 본격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스1

sino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