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20주년 맞아 “과학기술과 정치의 선진적 관계 필요”
“왜곡된 능력주의 타파, 사회문제 해결 역량 확대”
“정부 주도 계획형 연구에서 창의적 전략 전환 요구”
“왜곡된 능력주의 타파, 사회문제 해결 역량 확대”
“정부 주도 계획형 연구에서 창의적 전략 전환 요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967년 4월 21일, 대한민국은 ‘과학 입국, 기술 자립’이라는 국가 목표 아래 세계적으로도 드문 과학기술 전담 부처 ‘과학기술처’를 출범시켰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지정해 과학기술인의 창조적 활동을 장려해 왔다.
그러나 올해 제58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에서는 자축보다 성찰의 목소리가 높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이토록 암울한 과학의 날은 없었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올해는 과실연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로,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자기파괴’의 필요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올해 제58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에서는 자축보다 성찰의 목소리가 높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이토록 암울한 과학의 날은 없었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올해는 과실연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로,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자기파괴’의 필요성을 선언했다.
과실연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계와 사회 전반에 다음과 같은 4대 실천과제를 제시하며, ‘창조적 자기파괴’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다.
이념을 넘어선 과학기술과 정치 관계 재정립, 창의성을 짓누르는 왜곡된 능력주의 타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탄력도 강화, 정부와 민간 간의 창조적 역할 분담과 전략 혁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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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연은 과학기술과 정치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 정권 주도로 과학기술이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정치적 중립성 속에서 독립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선진형 과학기술·정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권 교체마다 R&D 방향과 인사를 뒤흔들고, 연구기관과 대학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 구조는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창의성과 자율성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의대정원 확대 논란은 왜곡된 능력주의의 민낯… 창의성 존중 사회로 전환해야
과실연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왜곡된 능력주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학벌과 전공, 직업 분야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서열화하고, 이에 따라 인재의 흐름과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언급됐다.
과실연은 “의대 정원 확대가 곧 이공계 우수 인재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왜곡된 방식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단지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넘어, 과학기술 기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학 구조와 사회 전반에 퍼진 학벌 중심의 서열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정 출신 대학이나 직종에 과도한 가치가 부여되는 구조에서는, 개인의 다양한 능력이 발현되기 어렵고, 이는 과학기술계에도 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과실연은 “어떤 기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등장해 사회를 바꿀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서열 중심 사고는 혁신의 가장 큰 적”이라고 밝혔다.
과실연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존중되는 문화, 균형 잡힌 인재 육성 정책, 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구조가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 조건임을 강조하며, 정부와 사회 전반이 인식 전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과학기술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과실연은 또 과학기술이 경제 성장의 도구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재난, 팬데믹 등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탄력도(scientific elasticity)’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내 과학기술 역량의 재편성과 더불어,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전방위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임무지향형 R&D’로… 정부 역할은 룰 셋터
과실연은 정부 주도의 경직된 계획형 연구개발(R&D) 체계를 탈피하고, 창의적 도전이 가능한 ‘임무지향형(mission-oriented) R&D’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세계 과학기술 경쟁은 명확한 사회적·경제적 미션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민관 협업 중심의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계획 기반의 정부 주도형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실연은 “과학기술은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과정이며, 실패를 감수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진정한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공공 R&D의 수요자이자 민간 R&D의 촉진자, 그리고 시장의 ‘룰 셋터(rule setter)’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며, 직접 개입과 과도한 통제는 연구 생태계의 자생력을 해칠 뿐”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연구행정 시스템의 문제점으로는 △경직된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개발혁신법의 과도한 절차 중심 운영 △공무원의 과도한 의사결정 개입 △계획 일변도의 R&D 추진 등이 꼽혔다.
이 같은 구조는 연구자들이 도전적 연구보다는 ‘위험을 피하는 안전한 연구’를 선택하게 만들며, 결국 저위험·저성과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과실연은 “정부가 민간 PM(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실질적 권한은 여전히 관료가 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성과 유연성을 갖춘 민간 중심의 프로젝트 운영 구조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R&D 역할은 단순한 계획자나 집행자가 아니라, 창의성과 자율성이 살아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적 방향성과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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