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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벤치가 5회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1회부터 4회까지 순탄하게 온 투수라고 해도 승리 투수 요건을 앞둔 5회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힘도 떨어질 때고, 상대 타자들도 어느 정도 공이 눈에 익었을 때라 위험하다. 그래도 승리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웬만하면 5회를 채우게 해주는 게 관례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LG에서 뛰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케이시 켈리(36)의 하루는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켈리는 현재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리노에 소속되어 있다. 계약이 늦어 마이너리그 출발도 다소 늦었던 켈리는 현재 트리플A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시즌을 치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펑크가 나는 상황에 대비한 예비 자원이다.
그런 켈리는 첫 등판(솔트레이트시티전)에서 3⅔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4실점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리고 19일 라운드락 익스프레스(텍사스 산하 트리플A)와 경기에 등판해 한결 나은 피칭을 했다. 4⅔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삼진 5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버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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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수는 75개였고, 그래도 아직 여유는 있었다. 점수차도 있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맡길 것은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리노는 여기서 켈리의 교체를 결정했다. 켈리는 코칭스태프의 움직임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내야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켈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켈리는 잠시 동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현지 중계진은 “75개의 공을 던진 켈리를 지금 교체한다”면서 벤치의 결정 사유를 읽으려 애쓰는 동시에 “이날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관중들의 환대 속에 마운드를 내려간다”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아웃카운트 하나 차이로 챙기지 못한 켈리를 위로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잘 보기 어려웠을 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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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지 모르기에 켈리는 승리 하나가 절실한 선수일 수도 있다. 애리조나의 마운드는 그래도 약한 편은 아니다. 코빈 번스, 잭 갤런, 메릴 켈리,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브랜든 팟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고 있다. 불펜에 부상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들의 임무와 켈리의 임무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기대보다 선발이 부진하고, 불펜이 좋은 상황인데 선발 투수들은 계약 조건 때문에 부상이 아닌 이상 함부러 빼기가 어려운 팀이다.
어린 시절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켈리는 2012년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이후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메이저리그에 뛰었다. 2019년 LG의 부름을 받고 입단해 KBO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지난해 시즌 중반 퇴출됐고, 이후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를 뛰었으나 재계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올해 36세로,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메이저리그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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