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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통과한 삼성, 제동 걸린 한화…유증 배경·사용처 소통이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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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한화오션 지분 인수, 경영권 승계 논란”
“자금 목적 설득력 약해..시장 신뢰 붕괴”
"한화에너지, 할인없는 증자 참여는 긍정적"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 요구를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7일 금감원의 1차 정정 요구에 따라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 정정 공시를 냈지만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감원이 제시한 주요 정정 사유는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관련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기재 미흡 △자금 사용 목적의 불분명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변경이 주주와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이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경영권 승계 논란…자금 사용 계획도 불투명”

실제로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단순한 주식가치 희석 우려를 넘어서는 복잡한 쟁점을 안고 있다.

첫째, 유상증자의 발표 직전에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는 ‘경영권 승계’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리게 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이며, 이 회사와 총수 일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곧이어 진행된 대규모 유상증자는 이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비쳤고, 이는 곧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상증자 발표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1조3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굳이 왜 지금, 왜 이렇게 큰 규모로?’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둘째, 유상증자의 공식적인 목적으로 △해외 생산기지 확보 △무인 항공기 엔진 개발 △국내 생산시설 개선 등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은 유상증자의 자금 사용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했고, 한국거래소도 공시 기재의 불충분을 지적했다. 자본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은 곧 투자자 신뢰의 붕괴로 이어지며, 이번 유상증자는 경영상의 타당성과 별개로 ‘절차적 정당성’에서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 보호 소극적…한화오션 지분 인수 명분 부족”

셋째,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회사의 대응 역시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유상증자 규모는 뒤늦게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됐고,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섰으나 이는 사후약방문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지난 18일 한화에너지가 할인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것은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적어도 오너 일가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넷째, 한화오션의 지분 인수의 명분도 부족하다. 유상증자의 또 다른 목적은 바로 재무개선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수년간 급격한 수주 증가로 인해 선수금이 대폭 늘어났고 순차입금도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외부 조달 여력에 제약을 주고 해외 방산 수출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또한 2023년 3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397.4%까지 상승해 공모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선언 기준인 400%에 근접했으며, 이는 회사의 자금조달 환경에 심대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발표에 앞서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서두른 배경도 일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한화그룹은 해외 경쟁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했고, 모회사-자회사간 결속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화오션 지분 추가 취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4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한화오션 지분을 연결 기준 34.71%, 개별 기준 23% 보유하고 있었다. 상법상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종속회사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추가 지분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7.3% 지분 인수가 실제로 재무제표상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회사 측의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이번 지분 인수를 단기적인 부채비율 개선을 위한 실효적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자·시장 존중하며 전략 설득해야”

결국 이번 논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결정의 직접적 동기, 자금 사용의 우선순위, 한화에너지와의 거래 구조 등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선제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비슷한 논란을 빚었던 삼성SDI의 경우 두 차례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절차는 원활히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이사회 이후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변경 사항과 투자위험 요소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으며 무엇보다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회사 측은 “2024년 11월부터 미국 GM 조인트벤처 투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대해 논의했다”며 “건실한 재무구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추가적인 대규모 차입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기자설명회를 갖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유상증자 논란을 통해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