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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르세라핌, 열기 독기 결기 그리고 승기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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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드투어 포문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인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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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전문)

4세대 K팝 간판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지난 1년을 지켜보면서 이 시가 내내 떠올랐다.

이 팀은 꼭 1년 전 미국 최대 음악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4(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무대로 라이브 관련 혹평을 들었고, 또 같은 달에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 갈등에 불똥을 맞기도 했다.

아이돌로서 하나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이슈들이 여럿 얽히면서 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가 누구보다 뜨겁게 불태운 뒤 남긴 재를 사정도 파악하지 않고, 함부로 차는 이들도 늘어났다.

르세라핌이 지난 19~2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연 첫 월드투어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인 인천(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IN INCHEON)'은 이들이 공연장 내 열기로, 멸시 받은 독기를 승화해 결기를 다지고 이를 통해 마침내 승기를 잡는 과정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지난해 2월 발매된 미니 3집 '이지(EASY)', 같은 해 8월 공개된 미니 4집 '크레이지(CRAZY)' 그리고 지난달 선보인 미니 5집 '핫(HOT)'으로 이어지는 3부작 프로젝트의 피날레인 만큼 작년과 올해의 음악과 삶이 모두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섹션 1 '본 파이어 핫(Born Fire HOT)'에선 세련된 복고풍의 음악으로 최근 호평을 들은 미니 5집 '핫' 수록곡인 '핫'과 '컴 오버'(영국 밴드 '정글'과 협업곡) 위주로 꾸며졌다. 이 무대의 열기는 르세라핌이 사실 객체가 아닌 주체였음을 보여주는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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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메이크 잇 룩 이지'라는 주제를 내세운 섹션2에선 '이지' '스완송' 등을 들려줬다.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쉽기는커녕 누구보다 가시밭길을 걸어온 이들의 독기가 서려 있었다.

섹션 3 '메이크 미 슈퍼 크레이지(Make me super CRAZY)'에선 섹션 2 곡 중 하나인 '파이어 인 더 벨리(Fire in the belly)'에서 팬덤 '피어나'를 동료로 만든 르세라핌이 이들과 결기(決起)하는 장면들이 수두룩했다. K팝 여성 서사의 좋은 본보기인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대표적이다.


섹션4 '아임 버닝 핫(I'm Burning hot)'(REVIVAL)이 특히 르세라핌을 고유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피어리스(FEARLESS)', '언포기븐(UNFORGIVEN)(feat. Nile Rodgers)',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같은 팀의 대표곡을 록(Rock)을 방불케하는 밴드 버전으로 편곡해 퍼포먼스와 함께 가창에도 방점을 찍었다. 안정된 라이브 실력은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르세라핌 코첼라 무대에 비난만 한 이들에 대한 설욕전이었다. 르세라핌이 긴 어둠 끝에 마치 승기를 잡은 것이다. 이들의 콘서트가 올해 코첼라와 비슷한 시기에 열렸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르세라핌에 대해 이미 충분히 섬세한 팬들이 이들의 콘서트를 보고 감동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르세라핌을 제대로 톺아보지 않고 다 안다고 생각하며 연탄재를 함부로 찬 사람들에게 이들의 콘서트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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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르세라핌. (사진 = 쏘스뮤직 제공) 2025.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허윤진이 20일 앙코르 무대 도중 그간 소회를 전하면서 들려준 진주 얘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조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조개가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다음에 진주가 나온단 말이에요. 그런 것처럼 '야 이런 고통이라면 진주가 만들어질 거다'라는 믿음과 이런 힘든 시간과 증오에게 '나의 사랑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피어나를 지켜야겠다. 우리가 더 노력해서 발전해 살아가는 것들을 다 지켜야겠다' 이런 생각을 항상 하며 좋은 기회를 가졌어요."

르세라핌은 인천 공연 종료 후 5월 6~7일 나고야, 13~14일 오사카, 6월 7~8일 기타큐슈, 12일과 14~15일 사이타마, 7월 19일 타이베이, 26일 홍콩, 8월 2일 마닐라, 8월 9~10일 방콕, 16일 싱가포르 등지에서 총 17회 공연을 이어간다. 또한 9월에는 북미 투어를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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