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크고 아름다운 백화점"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 협정 맺는 데 문제 없을 것"(4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국은 미국의 소비자, 우리 돈을 원한다"(15일.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한 트럼프 성명)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가 주춤하고 본격 협상 국면이 진행 중이다. 그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근 발언들을 보면 세계 소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 미국의 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중국은 미국의 소비자, 우리 돈을 원한다"(15일.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한 트럼프 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가 주춤하고 본격 협상 국면이 진행 중이다. 그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근 발언들을 보면 세계 소비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 미국의 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물건을 파는 쪽과 사는 쪽 중에 어디가 '갑'인가. 단순히 말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 기술력 견제를 위해선 거꾸로 자국산 수출을 통제 중이다. 굳이 따진다면 급한 쪽이 불리하다.
미국 상무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이 무역적자(상품수지)를 가장 크게 본 상대는 중국이다(한국은 9위). 중국산 억제 필요성을 느끼게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하루이틀 사이 나온 건 아니다. 시장은 가격, 품질 등 여러 가지를 따져 더 나은 쪽을 선택한다. 기업도 이렇게 따져 부품 조달, 조립을 해외에서도 한다.
트럼프는 관세로 수입산 가격을 불리하게 만들면 미국 제조업 살리기가 쉬워진다고 본 것 같다. 상호관세 중 10%는 적용이 됐다. 보복 대응을 한 중국에는 총 145%의 추가관세를 적용했다.
급한 건 어느 쪽일까. 여전히 트럼프를 뛰어난 전력가로 본다는 기디언 래크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여름이 덥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썼다. 미국이 수입하는 선풍기 4분의 3이 중국산이고, 세계 에어컨의 80%를 중국이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자전거, 인형의 75%가 중국산인 등 미국 내 중국 의존도가 큰 부분이 적지 않다. 의존도가 큰 게 약점이라는 것은 요소수 대란,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도 겪어봤다. 대체 상품이 있어도 소비자는 이전보다 비싼 것을 사야 한다.
트럼프의 입장은 여유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국채 가격 급락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 위기가 불거지자 상호관세 중 10% 넘는 초과분을 90일 유예했고,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가격이 뛰게 생기자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반도체' 제품군에 넣으며 상호관세에서 제외시켰다.
경제매체 CNBC가 19일 공개한 미국 여론조사(4월 9~13일 진행)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경제분야 직무에 대한 응답자 평가는 지지 43%, 지지 안함 55%로 취임 후 가장 나빴다. '경제'는 조 바이든 전 정부의 큰 약점으로 트럼프 당선의 큰 이유였다. 특히 전면적 관세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 평가(49%)가 긍정(35%)을 크게 앞섰다. 테무, 셰인이 주중 가격인상을 예고하는 등 미국 내 생활물가는 관세 여파를 맞을 분위기다.
시장과 여론 불안으로 트럼프는 협상을 통해 성과를 거둬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상대국들은 미국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대안도 마련하려 한다. 3월 말 한중일 통상 장관들이 협력을 꾀하기로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는 스스로 우방을 미국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들어왔다.
지난주 공식적으로 첫 관세 협상국이 된 일본은 자동차시장 등 미국이 원하는 걸 일부 줄 가능성이 있지만, 19일에도 방위비에 대해선 "별개"라며 기존 합의 기간이 남았다고 선을 그었다(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관세 해결은 원하지만 협상을 급하게 하진 않을 태세다. 유럽연합(EU)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교류를 꾀하면서 미국과 협상이 잘못될 경우 빅테크를 겨냥한 보복까지 준비한다. 빅테크나 금융업체의 사업활동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부과 때 활용하는 무역통계(상품수지)에선 빠지고 서비스수지에 반영된다. 미국은 서비스 부문 흑자국이다.
이번 주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2+2 통상협의'를 가진다. 다른 나라 움직임을 참고할 만하다. 속도를 더 원하는 건 트럼프 정부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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