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검증된 것처럼 홈피 게재
中 강력 반발 사안 노골적 자극
관세-해운 이어 전선 전방위 확대
中 강력 반발 사안 노골적 자극
관세-해운 이어 전선 전방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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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중국) 실험실 유출: 코로나19의 진정한 기원’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화난 수산시장에서 처음 발견되기 수개월 전인 2019년 가을부터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아팠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이 18일 공식 홈페이지에 코로나19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코로나19 우한 기원설’을 사실상 검증된 내용인 것처럼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격’을 주고받으며 통상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공격 전선을 넓혀 대(對)중국 압박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저성능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우회 수출 제한 등 ‘비(非)관세 보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보건과 방역 분야에서도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 中 민감한 ‘코로나19 우한 기원설’ 꺼내 들어
백악관은 이날 ‘실험실 유출(LAB LEAK)’이란 자극적인 제목에 ‘코로나19의 진정한 기원’이란 소제목을 달고 코로나19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을 짚었다.
이 글은 “코로나19는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적 기준에 비춰 볼 때, 자연 기원설이 사실이라면 그 증거는 이미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때부터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중국에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우한 유출설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NN방송 등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지금으로선 최종적 답은 없다”고만 밝혔다. 또 중국 정부는 ‘우한 기원설’이 거론될 때마다 “중국에 대한 먹칠과 코로나19 기원 조사 문제의 정치화를 중지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이날 전격적으로 우한 연구소 유출설을 주장하고 나선 건, 중국과의 통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약점을 최대한 공략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 보건 방역 분야로도 ‘전선 확대’
미국은 이미 고강도 ‘관세 폭탄’을 중국에 투하했지만 중국 역시 대규모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또 중국 정부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합쳐진 ‘하이브리드(Hybrid)’ 양상으로 전장을 더 넓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을 대중(對中)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하는 등 중국을 압박했다. 이어 17일에는 자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중국 ‘해운전쟁’까지 선포했다. 여기에 이젠 코로나19 ‘우한 유출설’ 카드까지 꺼내 보건 및 방역 분야로 전선을 또다시 확대한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는 어차피 가장 어려운 중국과의 협상은 후순위로 생각하는 만큼 시간이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 중국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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