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7일 GS아트센터 개관 공연… 수석 무용수 20명 중 16명 서울에
서희·안주원·한성우·박선미·서윤정 등 ABT 韓 무용수 5인 함께 무대
서희·안주원·한성우·박선미·서윤정 등 ABT 韓 무용수 5인 함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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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 본드 안무작 '라 부티크'(2024). /사진가 에마 조던 |
‘드라마 발레의 여왕’ 커샌드라 트레너리,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귀한 발레리나”(포브스)로 극찬받은 이저벨라 보일스턴, 힙합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제임스 화이트사이드, 아시안 최초 수석 무용수 서희와 한국 발레리노 첫 수석 무용수 안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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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에이브러햄 안무작 '변덕스러운 아들(Mercurial Son). /사진가 에마 조던 |
24~27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의 개관 공연으로 개막하는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 무대엔 발레의 별들이 가득하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와 볼쇼이, 프랑스 파리오페라, 영국 로열발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정상 발레단. 전통적으로 발레의 기량뿐 아니라 스타성을 함께 갖춘 무용수가 많아 ‘발레의 할리우드’로도 불린다.
◇수석 무용수 20인 중 16인 내한
올해 창단 85주년인 ABT의 내한은 13년 만. 수석 무용수 20명 중 16명이 한꺼번에 오는 것도 드문 일인데, 무용수 70명을 포함해 창작 스태프까지 내한 인원이 총 104명에 이른다. 2021년 9월 입단해 1년 만에 솔리스트가 된 뒤 지난해 수석 무용수로 발탁된 클로이 미셸딘(25), 2020년 스물두 살에 수석 무용수가 된 애런 벨(27), ABT 역사상 세 번째 흑인 무용수 케빈 로열 3세 등 젊은 무용수들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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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가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미국 발레의 아버지’ 조지 발란신 안무작 ‘테마와 변주’. /조지 발란신 트러스트, 사진가 로잘리 오코너. |
무용수뿐 아니라 안무의 수준도 세계 최정상 발레단의 진심이 담겨 있다. 1940년대 작품부터 2024년 최신작까지 아우른 프로그램이 고전 발레 유산을 보존하면서 현대 발레의 실험에도 거침없었던 ABT의 행보를 압축적으로 조망한다.
◇전설과 신예 아우른 프로그램
미국 발레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 안무가 조지 발란신(1904~1983)의 ‘테마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1947)’는 클래식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고전적 조형미를 현대화했다고 일컬어지는 작품. 고전과 현대 발레의 경계를 무너뜨린 혁신가 트와일라 서프(84)의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1986)’는 현대음악가 필립 글래스 등 미국 미니멀리즘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태어난 가장 미국적인 ABT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레퍼토리다. 두 작품 모두 미국 모던 발레의 걸작으로 첫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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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 내한 공연 프로그램 '변덕스러운 아들(Mercurial Son). /사진가 퀸 와튼 |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을 수석 무용수로 임명하고 지난 2022년엔 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을 선임하며 예술과 발레의 다양한 목소리를 춤에 반영해온 ABT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지난해 초연한 뉴욕 시티 센터 상주 안무가 카일 에이브러햄(48)의 신작 ‘변덕스러운 아들(Mercurial Son)’은 실험적인 전자음악과 무대 위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안무로 전형적인 발레의 실루엣을 전복하는 작품. 에이브러햄은 “무용수란 외피 속에서 내면의 자아를 찾아내고, 하나의 몸 안에서 여러 다른 가능성들을 찾아내는 안무가”(뉴욕타임스)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영국 로열 발레와 ABT 무용수 출신 제마 본드(43)의 안무작 ‘라 부티크(LaBoutique)’도도 지난해 ABT 초연작. 1906년 창립돼 러시아 황실 발레의 생동감을 유럽에 전파했던 무용단 ‘발레 뤼스’의 작품 중 장난감 인형들 이야기 ‘환상 가게’(1919)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고전 발레의 언어를 세련되게 재해석하는 작품이다.
◇ABT 韓 무용수 5인 함께 온다
ABT의 한국인 무용수 5인도 함께 고국 무대에 선다. 뉴욕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 대상 수상 뒤 2012년 26세 나이에 ABT 수석 무용수가 됐던 발레리나 서희, 2020년 ABT 수석 무용수 발탁 뒤 고전과 컨템퍼러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온 발레리노 안주원의 무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성우, 박선미(이상 솔리스트), 서윤정 등도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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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의 한국인 수석 무용수들 공연 장면. 트와일라 타프 안무작 '다락방에서' 무대의 서희(왼쪽)과 조지 발란신 안무작 '주제와 변주' 무대의 안주원. /사진가 에마 조던, 조지 발란신 트러스트, 사진가 카일 프로먼 |
한성우는 지난해 케이블TV 무용 경연 ‘스테이지 파이터’에 발레 마스터로 참여해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박선미는 2022년 9월 입단 뒤 일곱 달 만에 솔리스트로 초고속 승급하며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로열 발레와 ABT가 공동 제작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2024)에서 주역으로 춤췄고, ‘호두까기 인형’(2023)에 이어 ‘지젤’(2025) 등 발레단의 명성을 좌우하는 고전 레퍼토리에서도 잇따라 주요 배역을 맡은 ABT의 떠오르는 스타다.
GS아트센터의 개관 공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는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총 5회 공연. 일자마다 프로그램은 상이하다. 7만~25만원.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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