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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드러난 ‘종묘 정전’ 위엄…왕의 신주도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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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국가유산청은 20일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개최했다.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49위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셨던 조선 왕실의 사당인 국보 종묘 정전이 다시 문을 열었다. 그간 보수 공사로 자리를 비웠던 신주도 종묘 정전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20일 왕과 왕비의 신주를 정전으로 모시는 환안제를 개최한 뒤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을 공개했다.

종묘는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정하면서 들어섰다. 정전은 1395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창건했는데 완공 당시 정전은 7칸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종 대에 이르러 정전의 신실이 부족해지자 정전 서쪽에 별묘인 영녕전을 짓고 4대조(목조·익조·도조·환조) 신위를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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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를 마친 종묘 정전 전경.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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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 전 종묘 정전 전경. [국가유산청]



종묘 정전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됐고, 광해군 대인 1608년에 11칸의 규모로 다시 건설됐다. 조선 왕조가 계속되면서 정전의 신실은 또다시 부족해졌고 이것은 왕조의 큰 고민거리였다. 부족한 정전을 늘리기 위해 내린 결정은 정전 증축이었다. 영조, 헌종 대를 거쳐 지금과 같은 19칸의 거대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85년에는 정전이 국보로 지정됐고, 1995년에는 종묘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건물이 노후화로 주요 부재와 기와, 월대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되면서 2020년부터 대대적인 보수·수리에 들어갔다.

5년 만에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의 지붕은 수제 기와 약 7만장으로 모두 교체됐다.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정전 앞에 깔린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냈고, 수제 전돌(흙을 벽돌 모양으로 구운 건축재료)가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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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20일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개최했다. [국가유산청]



당초 공사는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리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보수 공사에는 약 200억 원이 투입됐다.

덕수궁 구 선원전에 임시 봉안했던 왕과 왕비의 신주는 이날 창덕궁을 출발해 광화문과 세종대로를 거쳐 종로까지 3.5㎞ 구간을 행진했다. 전국에서 확보된 가마 28기와 말 7필이 동원됐고 시민행렬단 200명을 포함한 1100명이 함께 걸었다. 정전에 모셔진 신위가 임시 거처를 떠나 다시 제자리로 모시는 환안제는 지금처럼 정전의 수리에 들어갔던 고종 대인 1870년 이후 15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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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20일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개최했다.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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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20일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개최했다. [국가유산청]



보수 과정에서 주요 목재의 나이테 연대를 연구한 결과 광해군(재위 1608~1623) 대의 목재가 사용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목조 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제의를 지내며 쓴 글인 상량문(上樑文)도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4월 정전의 11번째 방에서 상량문을 찾았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이 펼쳐진다.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는 조선 왕비가 참여했던 국가 의례를 엿볼 수 있는 재현 행사가 열린다. 21일부터 내달 16일까지는 종묘 재건을 기념한 특별전 ‘삼가 모시는 공간, 종묘’가 진행된다. 조선 왕실 제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종묘대제도 6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