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바퀴벌레? 車바퀴? “둘 다 싫어”…촌극으로 흐른 국힘 예능식 토론회

서울맑음 / 11.4 °
동아일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1차 경선 B조 조별 토론회에 자리해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중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로 태어나기, 2번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 하나 둘 셋 들어주세요.”(1차 경선 토론회 청년MC)
“둘 다 싫어요. 다시 그런 걸로 태어나기는 싫다. 다시 태어날 일도 없고. 그러니까 둘 다 싫다.”(홍준표 전 대구시장)
“저도 별로 답변하고 싶지 않습니다.”(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20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의 코너 중 하나인 ‘밸런스 게임’에서 ‘연습문제’라며 이 같은 질문이 나오자 홍 전 시장과 나 의원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내에선 “아무리 연습문제라도 대선 주자를 뽑는 토론회에서 적절했느냐. 예능 요소를 도입한다더니 당 대선 주자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 밸런스게임에서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된다면? 1번 검사사칭범, 2번 입시비리범’이라는 질문을 받자 “둘 다 하기 싫다”고 답변했다. 검사사칭범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입시비리범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선 주자들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자 관심을 모으기 위해 청년층이 즐기는 게임을 토론회에 도입했다. 총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에서 MBTI(성격유형지표) 자기소개는 5분, 밸런스게임은 10분 정도가 배정됐다.

전날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A조 토론회에서도 촌극이 펼쳐졌다. MBTI 소개 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이 모두 “ENTJ(대담한 통솔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양향자 전 의워만 ‘ENFJ(정의로운 해결사)’라고 소개했다. 4명 중 3명이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는 ENTJ로 자신을 소개하자 사회자가 “검사 제대로 하신 거냐. 공정하게 하신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B조 토론회에선 전날 공통된 답변을 고려한 듯 후보들은 각자 다른 MBTI를 공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 나 의원은 ‘ENFJ’, 홍 전 시장은 ‘ESTJ’, 한동훈 전 대표는 ‘ENTJ(대담한 통솔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예능 경선 토론회’에 불만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전날 A조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일반 토론회처럼 했다면 좀 더 심도 있게 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도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충분하고 심도 있게 (토론을) 했다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한동훈 캠프 소속인 김영우 전 의원은 “바퀴와 바퀴벌레 질문이 지금 절체절명의 조기 대선판에 국민들이, 청년들이, 당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인가”라며 “가벼운 밸런스게임으로 하루아침에 청년정당, 미래정당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안팎의 예능 방식 경선 토론회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속한 청년층의 의견을 반영해 예능적 요소가 다수 도입됐다”고 해명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