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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車바퀴? “둘 다 싫어”…촌극으로 흐른 국힘 예능식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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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1차 경선 B조 조별 토론회에 자리해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1차 경선 B조 조별 토론회에 자리해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중 하나만 골라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1번 바퀴벌레로 태어나기, 2번 자동차 바퀴로 태어나기. 하나 둘 셋 들어주세요.”(1차 경선 토론회 청년MC)
“둘 다 싫어요. 다시 그런 걸로 태어나기는 싫다. 다시 태어날 일도 없고. 그러니까 둘 다 싫다.”(홍준표 전 대구시장)
“저도 별로 답변하고 싶지 않습니다.”(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20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의 코너 중 하나인 ‘밸런스 게임’에서 ‘연습문제’라며 이 같은 질문이 나오자 홍 전 시장과 나 의원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내에선 “아무리 연습문제라도 대선 주자를 뽑는 토론회에서 적절했느냐. 예능 요소를 도입한다더니 당 대선 주자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B조 토론회 밸런스게임에서 ‘둘 중 한 사람을 반드시 변호사로 선임해야 된다면? 1번 검사사칭범, 2번 입시비리범’이라는 질문을 받자 “둘 다 하기 싫다”고 답변했다. 검사사칭범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입시비리범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선 주자들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자 관심을 모으기 위해 청년층이 즐기는 게임을 토론회에 도입했다. 총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에서 MBTI(성격유형지표) 자기소개는 5분, 밸런스게임은 10분 정도가 배정됐다.

전날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A조 토론회에서도 촌극이 펼쳐졌다. MBTI 소개 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이 모두 “ENTJ(대담한 통솔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양향자 전 의워만 ‘ENFJ(정의로운 해결사)’라고 소개했다. 4명 중 3명이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는 ENTJ로 자신을 소개하자 사회자가 “검사 제대로 하신 거냐. 공정하게 하신 거죠”라고 묻기도 했다.


B조 토론회에선 전날 공통된 답변을 고려한 듯 후보들은 각자 다른 MBTI를 공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 나 의원은 ‘ENFJ’, 홍 전 시장은 ‘ESTJ’, 한동훈 전 대표는 ‘ENTJ(대담한 통솔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예능 경선 토론회’에 불만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전날 A조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일반 토론회처럼 했다면 좀 더 심도 있게 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도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충분하고 심도 있게 (토론을) 했다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한동훈 캠프 소속인 김영우 전 의원은 “바퀴와 바퀴벌레 질문이 지금 절체절명의 조기 대선판에 국민들이, 청년들이, 당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인가”라며 “가벼운 밸런스게임으로 하루아침에 청년정당, 미래정당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안팎의 예능 방식 경선 토론회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속한 청년층의 의견을 반영해 예능적 요소가 다수 도입됐다”고 해명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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