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남의 심장부 '광주'
덮어놓고 표 던지던 민심 달라져
계엄 트라우마 탓에 선택지 없어
李 자질논란 등 민주당에도 반감
젊은층 중심 무당층 더 늘어날듯
李, 추동력 위해 압도적 지지 절실
지난 대선 보수득표 12% '이례적'
"계엄 사태를 정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재명을 뽑아야겠다는 느낌이 강하다."(33세 전남대학교 대학원생)
"이재명 호감도가 사법리스크로 떨어졌지만 계엄과 탄핵정국 때문에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66세 양동시장 상인)
"실망이 반복되면 호남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김승재 광주상인연합회장)
덮어놓고 표 던지던 민심 달라져
계엄 트라우마 탓에 선택지 없어
李 자질논란 등 민주당에도 반감
젊은층 중심 무당층 더 늘어날듯
李, 추동력 위해 압도적 지지 절실
지난 대선 보수득표 12%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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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계엄 사태를 정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이재명을 뽑아야겠다는 느낌이 강하다."(33세 전남대학교 대학원생)
"이재명 호감도가 사법리스크로 떨어졌지만 계엄과 탄핵정국 때문에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66세 양동시장 상인)
"실망이 반복되면 호남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김승재 광주상인연합회장)
【파이낸셜뉴스 광주=김윤호 송지원 기자】 8년 만에 다시 보수정권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장미대선. 하지만 본지가 지난 주말 찾아간 광주의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정치적 성향상 더불어민주당에 표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사실상 '강요된' 선택이라는 하소연이 많았다. 여기에는 사법리스크 꼬리표로 인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예비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계엄 트라우마를 소환당한 광주 민심은 달리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는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의 '심장부'다. 그간 대선은 물론 총선과 지방선거까지 여지없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불만이 없진 않다. 우선 민주당이 호남표를 당연한 우군이라는 '상수'로 여기다 보니 오히려 역설적으로 소외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특히 이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만만치 않게 저변에 깔려 있다.
이영희 광주상인연합회 사무처장은 본지에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12%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보수후보의 광주 득표율이 10%를 넘는 건 처음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호남을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는 데 대한 반감이 컸다"고 짚었다.
전남대 A재학생(25)은 "2030세대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지만 국민연금 개혁부터 시작해서 기성세대를 위한 정책만 펴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며 "특히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팬덤을 이용해 자기 잘못은 덮고 반대세력만 비난하면서 국민들 간의 갈등까지 유발하는 것에 피로감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서적 충격이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B모씨는 "2030세대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반감이 있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계엄 충격에 휩쓸려 이번엔 민주당을 찍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과 증세 부담감이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 정치혐오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세대에 대한 연금 부담이 늘어나고 정치권의 정년연장 논의가 체감실업률이 20%대에 달하는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아프게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C씨(29)도 "지금은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혐오감이 더 커서 몰표를 줄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이재명과 민주당의 애매한 정책 방향과 극성 팬덤을 이용하는 행태로 반감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이 청년, 미래, 취업 등 잘 먹고 잘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당층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재 광주상인연합회장은 "국민의힘은 박근혜·윤석열 정권에 표를 줘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을 훌륭했다고 얘기하고,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니 실망했던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엔 이재명 후보에게 표가 가겠지만, 실망시키는 게 반복되면 호남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호남의 불만과 우려를 해소키 위해선 '압도적 표차'의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호남이 바라는 개혁을 이루려면 절대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양부남 의원은 "시민들이 여러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키 위해선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보수세력이 승복하며 내란이 종식되고,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 그러면 청년들이 부담을 걱정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부 5년을 다 견디기 전에 정권을 교체할 기회를 찾았다는 점에서 광주시민들은 축제 분위기"라며 "탄핵정국 시민들이 외쳤던 소수자와 약자의 삶을 보장하고, 청년의 미래가 있으며,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진영이 촉발한 계엄사태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노도 컸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D씨(80)는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 말고는 대통령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며 "이 후보가 모진 고초를 겪으며 올라온 야무진 실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정역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는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은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60대 한 시민은 호남 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1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선 것을 언급하며 "윤석열과 계엄에 거리를 두려고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달리 투표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송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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