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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불태워 빛이 된 진화…르세라핌, 눈물의 월드투어 "앞으로를 지켜봐줘"[종합]

스포티비뉴스 장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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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그룹 르세라핌이 ‘핫’하고 ‘크레이지’하게 월드투어의 막을 열었다.

르세라핌은 20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25 르세라핌 투어-이지 크레이지 핫 인 인천’을 열었다. 르세라핌은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투어를 열고 전 세계 팬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발표한 3번째 미니앨범 ‘이지’, 4번째 미니앨범 ‘크레이지’와 올해 3월 발표한 5번째 미니앨범 ‘핫’으로 이어지는 3부작 프로젝트의 피날레다. 3개의 앨범으로 전 세계를 ‘이지’하게 ‘핫’하고 ‘크레이지’하게 달궜던 르세라핌은 ‘슈퍼 핫’한 무대로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뜨겁고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르세라핌은 월드투어를 ‘본 파이어 핫’, ‘메이크 잇 룩 이지’, ‘메이크 미 슈퍼 크레이지’, ‘아임 버닝 핫’이라는 각각의 테마로 구성했다. 불이 뜨겁게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무대에 등장한 르세라핌은 메가 크루와 함께 불길 속에서 다시 태어난 여신들처럼 신비로운 비주얼과 아우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뒤이어 멤버들은 ‘애시’, ‘핫’, ‘컴 오버’를 선보이며 화려한 퍼포먼스와 쩌렁쩌렁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다리를 찢어 들어 올리는 과격한 안무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는 그간 르세라핌이 완벽한 무대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힙합 비트로 재해석한 ‘이지’부터 ‘스완 송’, ‘사워 그레이프스’ 등은 핸드 마이크 라이브로 소화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파이어 인 더 벨리’, ‘스마트’,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크레이지’로 세트 리스트가 이어지면서 무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르세라핌은 메가 크루로 구성된 댄서들과 함께 대형 삼각형 무대를 꽉 채웠다. 멤버들이 정상으로 오르며 퍼포먼스에 재미를 더한 정글짐, 공연의 테마로 사용돼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잇는 불타오르는 다리 등 공연에 에지를 더한 무대 세트 역시 인상적이었다.


팬들은 ‘피어나’ 무대에서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허윤진은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100개가 있어도 너 하나만 있으면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겠다는 의미인데 피어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이벤트도 준비해주셔서 울컥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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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월드투어에서 그간 마음고생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르세라핌은 공연을 마무리하며 팬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카즈하는 “앞으로도 쉬운 길 아닐 수도 있지만 5명이 이 팀에 진심이고, 앞으로도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음악과 무대를 계속 하겠다. 그러니까 우리를 믿고 우리의 도전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어나에게도 큰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희가 겪은 모든 과정이 르세라핌을 유일하게, 또 빛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때 이런 일도 있었구나’라고 르세라핌의 도전기록을 여러분들과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은채는 “저는 17살에 데뷔해서 올해 성인이 됐다. 르세라핌으로서 느끼는 힘든 순간들과 기쁜 순간들 속에 모든 과정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저희가 늘 꽃길만 걸을 수 없겠지만 저희의 노래 가사처럼 가시밭길이 있기에 꽃길이 더 아름답게 생각한다. 저희가 완벽하지는 못해도 늘 최선을 다하는 팀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채원은 “저희가 벌써 3년차다.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쁠 때도 같이 기뻐해주고, 슬플 때 같이 위로해주셔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저한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피어나와 르세라핌이 서로가 있으면 견딜 수 있겠다 자신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더 강해질 수 있게 된 기회들이었다. 저희는 더 단단해졌고, 앞으로 저희 일을 잘해낼 예정이다. 저희의 앞으로의 여정들도 같이 지켜봐달라”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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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진은 “작년 이맘때 호텔에서 울면서 ‘저희 앞으로 어떡해요? 앞이 있긴 할까요?’라고 직원분이랑 통화했다.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근데 어떡하냐 해야한다.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했을 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여전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고, 그냥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어나도 작년 1년이라는 시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감정선이 생겼던 것 같다. 형용할 수 없는 뒤섞인 감정들이 많았는데 정말 힘들긴 했지만 포기하긴 억울했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허윤진의 말에 멤버 사쿠라 역시 “너무 슬프다”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어 허윤진은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냐. 조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조개가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진주가 만들어진다. 나만의 진주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과 증오에게 나의 사랑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피어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우리가 더 노력해서, 발전해서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1년을 버텼다. 근데 이런 생각으로 어둠 속을 걷다 보니까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그런 빛의 줄기들이 보이면서 피어나의 사랑을 느끼고 멤버들과 더 끈끈해지는 사이를 느끼면서 까마득했던 앞이 길이 보이더라. 호텔방에서 했던 질문에 답이 이렇게 확실해질지 몰랐다. ‘뭐가 진짜냐?’라는 질문의 답은 이 공간에 있다. 사람들이 쉽게 뱉는 말이 아닌 우리가 어렵게 이뤄낸 것들이다. 저희가 드리는 사랑, 나누는 시간이 다 진짜니까 여러분들도 힘든 시간이 온다면 오늘을 기억해달라. 언제나 꽃길을 걸을 순 없지만 언젠가 걷도록 노력하겠다. 1년간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론 저희가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사쿠라는 “지금까지 살면서 진짜 다양한 공연을 해봤는데 이렇게 달리고 힘든 공연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너무 재밌고 르세라핌다운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좀 더 옛날 얘기를 하려고 한다. 제가 다시 한국에 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회사에 왔던 게 2021년이더라. 그날이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전 오로지 성공을 위해 욕심만 가지고 한국에 왔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직 멤버도 정해지지 않았고, 당연히 르세라핌이라는 팀 이름도 없었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한국에 가본다는 마음으로 여기서 마지막 아이돌을 하겠다는 욕심으로 왔었던 것 같다”고 아이즈원 활동 후 다시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르세라핌이라는 팀이 존재하고 피어나가 계신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완전 처음 아이돌을 시작한 게 2011년이라 올해로 인생의 반 이상을 아이돌을 하고 있다. 시작할 때는 내 인생이 다 아이돌이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 같은데, 뒤돌아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순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큰 성공보다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이 더 힘이 되는 것 같더라”라고 눈물을 보였다.

또 사쿠라는 “아무것도 아닌 저를 빛나게 해준 건 팬분들 덕분이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사랑한다”라며 “제 마지막 아이돌이 르세라핌이라서 다행이다. 정말 좋은 팀을 만났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르세라핌은 최근 가혹한 시간을 지나왔다. 지난해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페스티벌)’에 초청된 이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페스티벌 첫 출연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남기는 동시에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연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따끔한 비판도 동시에 안았다.

‘코첼라 페스티벌’ 후 신보 ‘크레이지’를 발표하는 자리인 쇼케이스에서 르세라핌은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비판을 발판 삼아 발전하겠다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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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와 어도어의 분쟁도 르세라핌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양측의 분쟁 과정에서 사실들이 사실로 둔갑하면서 팀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논란’이라는 말 속 르세라핌은 정당한 비판이 아닌 무차별한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르세라핌은 어려움의 시간들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첫 월드투어는 곧 르세라핌이 이러한 성장을 세상에 내보이는 ‘증명의 자리’였다. ‘애시’, ‘핫’으로 시작해 ‘피어리스’, ‘언포기븐’, ‘안티프래자일’로 마무리한 월드투어 기승전결은 곧 르세라핌의 각오를 새긴 선언서와도 같았다.

“우린 모든 것을 불태워 빛이 될 거야”. 르세라핌은 자신들의 각오를 무대로 펼쳐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으로 모든 것이 불타 재가 된 자리에서 스스로 다시 일어났다. 수차례 불에 달구고 부술 듯 두들기는 과정을 거쳐야 무쇠가 강철이 되듯, 르세라핌은 대견하게 진화하며 ‘비난의 화형식’을 ‘성장의 축제’로 만들었다.

인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르세라핌은 일본 4개 도시,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방콕, 싱가포르 등지를 돈다. 9월에는 북미 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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