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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우리 주력 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새 정부는 전 부문의 규제 체계를 전향적으로 완화하고 기술 개발, 인재 확보와 관련해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대선에서 포퓰리즘이 반복된다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심팩(SIMPAC)을 예로 들며 "(포퓰리즘 결과물인)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 때문에 국내 합금철 생산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연간 1000억원이던 게 3년 만에 82% 올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고용 유연화와 중산층 근로자 만들기도 함께 가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또 국내 은행들이 기업 혁신을 지원하기보다 '예대마진 장사'에 치우친 점도 비판했다.
중견련은 1992년 창립된 한국경제인동우회를 모태로 2014년 중견기업법이 시행되며 국내 유일의 중견기업 법정 단체로 성장했다. 중견기업은 2023년 기준 5868개로 국내 전체 기업의 1.4%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총매출의 15.2%, 고용의 13.6%, 수출의 17.8%를 담당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6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후보들에게 바라는 경제 공약에는 어떤 게 있나.
▷큰 틀에서 다음 정부는 좌파가 집권한다면 노동개혁, 우파가 집권한다면 사회보장 확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야 각 지지층 반대가 적다. 또 포퓰리즘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기준으로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
―그간 어떤 포퓰리즘 정책이 있었나.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대표적이다. 산업용 전기는 고압 송전이고 통상 하루 24시간 내내 쓰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정용 전기에 비해 싸다. 그런데 한국은 그게 역전된 상태다. 정치권이 표(票)를 의식해 주택용 전기료를 크게 인상하지 못하고 산업용 전기료만 높게 올렸는데, 전력 가격의 불안정과 비합리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산업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상속세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상속세를 현행 체계만큼 다 부담하라는 건 가지지 않은 자가 가진 자에 대한 감정적인 표출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상속·증여 세제가 이대로 가면 많은 기업이 해외로 나갈 것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은 요원하게 된다. 자본이득세 도입이 올바른 개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자본이득세는 피상속인이 상속받은 땅이나 건물, 주식 등을 팔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고용·노동 정책은 어떤가.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에게 한 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라고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노동 시간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산업 경쟁력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한국은 연장근로시간을 주 12시간으로 정한 데 비해 일본과 프랑스는 월과 연 기준으로 규정하고, 미국은 관련 제한이 없다).
또 기업에는 해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한국의 엄격한 해고 요건은 정규직을 과보호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저해하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켜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부당해고 판결 시엔 복직 대신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경영상 해고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가 아니라 '경영합리화 조치' 수준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자유로운 해고로 근로자의 생계가 위태해질 수 있다.
▷당연히 해고당한 사람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들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 근로소득 세제를 개편해 과세표준 구간을 대폭 상향하고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과세표준 8800만원 이상이면 고소득자로 분류해 35% 소득세를 내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인세 수준은 어떻게 보나.
▷한국은 법인이 최소한으로 내야 하는 법인세율(최저한세율)이 17%로 글로벌 최저한세보다 2%포인트 높다. 중견기업은 연차에 따라 8~17%를 적용받는데 6년 차 이상부터는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최저한세율이 7%에서 오를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세액공제도 최저한세가 적용돼 공제금액이 줄어든다. 이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현상'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R&D 세액공제를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부는 미국과 협상할 때 일본, 독일, 인도 등 한국과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가들의 조건과 같은 정도로, 즉 이들 국가의 관세 정도로 균형만 맞춰달라. 나머지는 기업이 맞춰서 잘하겠다.
최진식 회장
△1958년 경기도 고양 출생 △동국대 무역학 학사·연세대 경영학 석사·컬럼비아대 M&A 과정 수료 △1984~1986년 현대건설 바레인지사 △1986~1998년 동양증권 △2000~2001년 한누리투자증권 전무 △2001년~ 심팩홀딩스 대표 △2013~2022년 중견련 부회장 △2022년~ 중견련 회장
[이윤식 기자 / 이호준 기자 정리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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