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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못했으니 정권교체” vs “이재명 안되게 국힘 누구든” 흥덕 민심 팽팽[마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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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앞두고 충북 청주 흥덕구 가보니

지난 대선 득표율 차 0.63%포인트 ‘초격전지’

“이재명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하면서 이미 검증 완료”

“이재명식 퍼주기로는 나라 운영 제대로 안 돼”

유권자들 의견 팽팽히 엇갈려
“이재명이 아무리 논란은 많아도 일 하나는 잘할 것 같다.”(충북 청주 흥덕구에 거주하는 55세 권순희 씨)
“(국민의힘) 누구든 상관없다. 이재명만 안 되게 할 후보를 찍겠다.”(청주 출신 택시 기사 65세 김덕용 씨)

6·3 대선을 앞두고 찾은 충북 청주 흥덕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탓에 경제, 외교 등 나라가 엉망이 됐다”는 정권교체론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정권재창출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충청은 매번 주요 선거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청주 흥덕구는 2022년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47.50%)와 윤석열 전 대통령(48.13%)의 득표율 차가 0.63%포인트에 불과해 전국에서 득표율 차가 네 번째로 작았던 곳이다.

“윤석열이 제대로 못 했으니 이번엔 정권 교체”

19일 청주 흥덕구 가경터미널시장에서 만난 권순희 씨는 “충청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줬는데 제대로 못 했으니,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경제랑 외교 분야에서 이 전 대표가 일은 잘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백우석 씨(59)도 “지금 이재명 대세론을 꺾을 수 없다”며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도 이 전 대표를 뽑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김동연, 김경수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충청 경선에서 득표율 88.15%로 압승했다. 김동연, 김경수 후보는 각각 7.54%, 4.31%이다. 2025.4.19 뉴스1


이 전 대표를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경선 후보들이 일제히 세종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한 것에 따른 ‘이익투표’ 성향도 점쳐졌다. 오송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항무 씨(62)는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 집무실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 오송과 강내면까지 개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요즘 동네에서도 ‘민주당이 (당선)되면 살기엔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당은 자체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충청 지역에서의 우위를 점치는 분위기이지만 충청 지역의 ‘스윙보터’ 성향을 고려할 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긴장감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전 대표의 충청 지역 지지율은 4월 1주 차 39%, 2주 차 37%, 3주 차 36%로 매주 소폭 줄어드는 추세다. (무선전화면접 100% 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충북 청주 흥덕구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통화에서 “충청 지역 전체를 본다면, 경부선 벨트를 중심으로는 민주당 지지 흐름이 굉장히 확연해 있다”면서도 “소백산맥을 따라 충북 제천과 단양, 보은 옥천 영동 등에는 여전히 ‘민주당 바람’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충청 전역에 정권 교체 바람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순회 경선을 청주에서 연 것도 충청 민심에 확실히 공을 들이겠다는 의도다.

“이재명 대항할 보수 후보 찍을 것”

현장에선 ‘반이재명’ 정서도 상당했다. 김덕용 씨는 “지난번에도 이 전 대표가 싫어서 윤 전 대통령을 뽑았다”며 “영업은 안 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이 전 대표가 퍼주기 정책을 하면서 경제 살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가경동터미널시장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신용섭 씨(63)는 “지금 분위기가 이재명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청도가 원래 말을 잘 안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여전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를 받았어도, 여전히 걸려 있는 재판이 많지 않나”라며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항할 만한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충북대 대학원생 우모 씨(30)도 “재판을 받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후보들이 시작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나경원·홍준표·한동훈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도 충청권 판세가 ‘6대 4’ 수준으로 열세이지만, 매번 균형추 역할을 했던 전통적인 충청 민심을 고려하면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충청 지역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충청에서 국민의힘이 열세인 건 사실”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해 어처구니없어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그 동안 밀어붙였던 ‘줄탄핵’이나 일방적인 삭감한 예산 등에 대한 불신도 크다”며 “충청 민심이 민주당으로 확 쏠린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 공약을 중심으로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 중부내륙발전특별법 개정 등 지역 밀착형 공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 지역에선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오송에 사는 회사원 김모 씨(26)는 “후보들의 공약도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는 사람 됨됨이를 보고 찍으려고 한다”며 “최소한의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지역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신지연 씨(45)는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당이랑 비교해 보고 찍으려고 한다”고 했다.

청주=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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