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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 손목 잡아끈 국민의힘 원내대표, 위험한 '언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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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라는 악몽이 일어났던 국회에서 또다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한 정당의 원내대표가 정치 현안을 취재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 들어온 한 언론사 소속 기자의 손목을 잡아끈 사건이다.

지난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 이후 추가 질문을 하려는 기자에게 "지라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손목을 잡아끌었다. 5선 중진인 권 원내대표의 기자 대하는 방식은 최선이었을까. 불편한 질문이었다면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지금은 답을 할 수 없다" 또는 침묵을 지켰으면 그만인 일이다.

뉴스타파 측이 폭언과 폭행,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고발한다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나도 고소하겠다"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입틀막'으로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 정부의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번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선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도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거기(언론사)에는 대답 안 한다"고 밝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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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국민의힘은 왜 언론이 질문하는 것에 관해 입을 틀어막고, 심지어 폭력으로 제압하려고 하는가. 정치권의 언론에 대한 적대감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의 경우 물리적인 폭력 문제로 번졌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는 없다.

언론은 권력기관을 감시, 견제하고 비판, 고발하는 게 존재의 의미이자 역할 아닌가.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정치인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그 내용을 글로 옮겨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권 원내대표의 그날 행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을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행동을 했음에도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 전해지는 흔한 우스갯소리 중의 하나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 기사만 아니면 모든 기사를 환영한다"는 말이다. 좋은 기사이건 나쁜 기사이건 이름이 알려지면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정치인에게 나쁠 게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그러할까.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만약 저 손목을 잡아끌린 기자가 나였더라면'이라는 공포가 엄습해 있다. 사과 없이 넘어간다면 공포의 단상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공포는 전염된다. 이번 사태로 촉발된 공포심은 언론인을 넘어 국민에게로 번져나가고 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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