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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대법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런던 대규모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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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가능성 높여" 비판
영국 대법원이 평등법에 규정된 '여성'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에 한정한다고 결정한 가운데 런던 중심가에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과 AP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 항의 시위대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트랜스젠더 해방', '트랜스젠더 여성도 여성이다', '우리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과 깃발을 흔들며 대법원 결정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위는 영국 전역의 24개 성 소수자·인권단체가 연합해 개최했으며,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트랜스젠더 여성도 여성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트랜스젠더 여성도 여성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영국 대법원은 지난 16일 영국의 평등법상 '여성'과 '성'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여성과 성을 의미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0년 평등법의 성별(sex) 정의는 명확하게 성별이 이분법적임을, 즉 사람은 여성이거나 남성 중 하나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판시했다.

시위대는 이런 결정이 트랜스젠더들의 성 정체성을 정부와 사법부가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트랜스젠더의에 대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높였다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 여성 소피 깁스(19)는 "권리가 강탈되는 끔찍한 시대"라며 "이토록 위험하고 해로운 결정이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에서 이뤄졌다니 매우 실망스럽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성 소수자 청년 인권 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오스카 호일은 판결 이후 성 소수자 청년의 자살 기도를 네 차례나 접해야 했다고 마음 아파했다. 이날 시위에도 참여한 호일은 "이 논쟁에서 당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든,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끼도록 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인권 보호 확대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나 정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시위에 참여한 줄레하 오쇼디(29)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는 일이 수용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문이 열린 것 같다"며 "판도라의 상자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의 이 같은 결정을 끌어낸 여성 단체를 도와주고 지원한 사람 가운데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J. K. 롤링이 포함돼 있다. 롤링은 성전환해서 여자가 된 사람의 권리를 위해서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권리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성전환자들이 출전하는 스포츠 경기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활동가 순웡은 "이번 결정은 전문체육을 비롯해 모든 단계의 여성 체육인들에게 적용된다"며 "여자부에 남자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다가 제재당하는 여성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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