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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가운데)이 17일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산살바도르/UPI 연합뉴스 |
미국 내에서 ‘헌법적 위기’ 논란을 불붙인 사건은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불법 추방 사건이다.
2011년 엘살바도르 갱단의 협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망명 신청을 거쳐 2019년 미국 이민법원으로부터 ‘추방 유예’ 보호 명령을 받았고, 이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했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문제는 지난달 12일 터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이민자 추방 작전을 벌이면서 그를 악명높은 엘살바도르 갱단인 ‘엠에스(MS)-13’의 조직원으로 지목하며 체포했고 사흘 만에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감옥인 세코트(CECOT·테러범 수용센터)로 추방한 것이다. 갱단과 무관하며 미국과 엘살바도르에 범죄 기록이 없다는 주장도 소용없었다. 가르시아는 자신과 면담한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현재는 세코트에서 좀 더 환경이 나은 곳으로 이감됐다고 말했다.
연방지방법원은 그를 미국으로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연방대법원도 지난 10일 이 판결을 지지하며 “행정부가 가르시아의 석방과 송환을 ‘용이하게’ 하고, 추방되지 않았다면 받았을 법률 조력을 받도록 한 뒤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단 데려온 뒤 적법 절차를 거쳐 다시 추방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의 추방이 ‘행정적 오류’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를 돌려보내는 건 엘살바도르의 주권 영역이라며 명령 이행을 거부 중이다. 이에 발맞춰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도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킬 수 없다”며 가르시아의 석방을 거부했다.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가르시아’ 자체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추방된 자국민 수용을 거부하자 엘살바도르와 1년 600만 달러에 추방자 수용 계약을 맺었다. 엘살바도르 감옥은 미국 법원의 관할권 밖이다. 일단 보내버리면 미국법이 보장하는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가르시아처럼 ‘잘못’ 보낸 뒤 ‘엘살바도르의 주권’ 핑계를 대면 그만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범죄자도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세코트를 제2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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