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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채·여행객 감소·과학두뇌 유출·스위스로 富 이전...트럼프에 놀란 세계, ‘탈미국’ 가속 페달 [★★글로벌]

매일경제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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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폭풍에 ‘돈·인재’ 이탈 가속
미 국채 충격 속 스위스로 부 이전 양상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머니무브’ 빨라져
도이치방크, ‘美 경제 신뢰의 위기’ 진단

하버드 등 지원 축소하고 문화전쟁 국면
경악한 과학인재들 “유럽으로 피신하자”
마크롱 대통령, “외국인 적극 수용” 환영
미국으로 떠나는 전 세계 발걸음도 급감
성별 제한 등 현지 구금·체포 위험성 커져


주말을 맞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코코아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핸즈오프’(Hands Off·손 떼라)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말을 맞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코코아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핸즈오프’(Hands Off·손 떼라)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富)와 과학인재가 빠르게 미국을 탈출하고 있다. 광활한 북미 대륙을 즐기려는 전 세계 여행객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급격히 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불과 석 달만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현상으로 모두가 미국을 기피하는 ‘탈미국’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 대륙별로는 서유럽(-17%), 중앙아메리카(-24%), 카리브해(-26%)의 3월 방문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다.

주요 나라별로 보면 독일(-28%)과 스페인(-25%), 한국(-15%), 영국(-14%), 중국(-11%), 호주(-7%) 국적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반(反)트럼프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접경국 캐나다의 미국 방문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캐나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자동차로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이는 모든 글로벌 이동이 ‘일시 멈춤’ 상태에 빠졌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미 관광업계는 수조 원의 관광수입 손실을 염려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의 아담 색스 대표는 “(방문객 급감은) 달러 강세, 긴 비자 대기 시간, 여행 제한에 대한 걱정, 미국이 환영해줄 것인지에 대한 의문, 미국 경제 둔화, 최근의 안전 우려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관광산업으로 미국 경제에 1조3000억달러(약 1851조원)가 유입되고 15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협회 대변인인 앨리슨 오코너는 올해의 감소세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지난달 핀란드와 덴마크, 독일은 미국에 입국하려는 트랜스젠더 여행객에게 미국 입국 시 신중한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성과 여성 2가지 성만 인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자칫 여권에 기재된 성별과 외모가 다를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염려였다.

영국 정부도 미국 관련 ‘해외여행 조언’ 페이지에서 여행자에게 “모든 입국 조건을 준수”하라며 ”미국 당국의 입국 규칙을 위반한다면 체포나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대적인 연구비 예산 삭감과 함께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들의 다양성 정책을 문제 삼으며 이른바 ‘문화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 과학 인재들의 해외 엑소더스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연구 지원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연구가 중단된 전도유망한 연구자들은 물론, 트럼프발 문화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피신하려는 석학들의 ‘두뇌이탈’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염려다.

이미 중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한 정책으로 인해 자국 과학 인재들이 미국에 머무르지 않고 고국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탈출하려는 과학 인재를 붙잡기 위해 프랑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입장문에서 “프랑스에서 연구는 최우선 과제이고 혁신은 곧 문화이며 과학은 무한한 지평”이라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프랑스를 선택하고 유럽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라 이름을 특정하진 않고 ‘전 세계’라고 했으나 실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해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과학을 위해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 for Science)라는 프로그램이 신설된 사실도 공개했다.

이를 담당하는 프랑스 국립연구재단(ANR)은 “지금 연구자들 사이에 전례 없는 이동이 일어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프랑스는 유럽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을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으킨 불확실성도 ‘탈미국 머니무브’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대규모 매도 여파로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미국 고액자산가들의 자금 이동이 심상치 않은 흐름이다.

앞서 미 CNBC 방송은 자국 부유층이 달러화 약세와 관세 부과 리스크 등 미국 경제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스위스 금융기관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고 조명했다.

스위스를 거점으로 둔 금융 자문업체 알펜파트너스의 피에르 가브리스 설립자는 CNBC에 “(고객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와 코로나19 당시 우리는 큰 파도를 봤고, 이제 관세가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급격한 머니무브 흐름에 대해 “‘미국산이면 모든 것을 팔자’는 모드로 시장이 전환되고 있고 이는 과거 신흥 경제국에서나 발생했던 일”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했다.

독일 도이치방크도 이달 초 고객 메모에서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일제히 하락 반전하는 미국 금융 자산의 이상 흐름을 ‘신뢰의 위기’라는 단어로 규정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심지어 독일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해 향후 미국 뉴욕의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자국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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