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韓 개발자들, 지도 규제로 국내용·해외용 따로 개발"
업계 우려 "구글 본격 진출 시 외산 기업이 공간정보시장 장악"
"K-갈라파고스?…동일한 규제 조건이라면 경쟁 자신"
업계 우려 "구글 본격 진출 시 외산 기업이 공간정보시장 장악"
"K-갈라파고스?…동일한 규제 조건이라면 경쟁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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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가 구글의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9년 만에 다시 심사하는 가운데 국내 공간정보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구글은 지도 반출 허용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산업 전반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 일각에서는 공간정보 생태계가 글로벌 빅테크에 예속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구글 "국내와 해외 서비스 이중 개발 해소돼 글로벌 진출 더 쉬워질 것"
구글은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춘 공간정보 기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지도 반출 제한으로 국내용 서비스는 네이버 지도·카카오맵 API를, 해외용은 구글 지도 API를 사용하는 '이중 개발' 구조에 놓여 있어 시간·비용 낭비와 기술 비효율이 발생해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신청서에 현대자동차그룹 내비게이션 시스템 개발 사례를 언급했다. 구글은 현대차가 자사 지도와 협업해 기능이 향상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지도 반출 시 글로벌, 국내용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국내 사업자들의 비용과 부담을 줄이고 구글과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비게이션, 운송, 물류, 관광,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지도 반출이 전체 산업 규모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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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국내 일부 스타트업 개발자들도 구글 입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물류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 박모(30)씨는 "운송 서비스 모니터링에 구글 위성지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며 "국내에서는 품질 차이로 네이버 지도 API를 쓰지만 지도 이슈가 해결되면 비용 부담이 줄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글이 지도 데이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에도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긴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체 지도 서비스 생태계가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업계 우려 "지도 데이터 선택권 확대?…구글 독점 체제로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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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2년 이후 공간정보 관련 주요 산업규모 현황. 국내 공간정보산업은 연평균 사업체 수는 2.6%, 매출액 6.7%, 종사자 수 5.2%가 증가했으나 최근 둔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4.12.22.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하지만 11조원에 달하는 국내 공간정보산업 전체가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관련 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약 6000개로 이 중 99% 이상이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기업은 자체 지도를 구축하거나 국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관광 등 공간정보 기반 서비스, 기술, 솔루션을 개발한다.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구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외국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근거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생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API 종속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 진입이 단순히 선택권 확대가 아닌, 시장을 독점하고 국내 기업을 밀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지도 반출을 찬성했던 스타트업 개발자들의 입장을 따져보면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국내 지도 데이터만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 아닌 전 세계 지도 데이터를 지닌 구글 등 해외 기업의 지도 API를 쓸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국내 기업이 구글보다 더 많고 최신화된 국내 관심 정보(POI) 데이터를 두고 있으면서도 이용료가 더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호환성과 범용성에서 경쟁력이 구글에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구글이 시장을 장악한 후 API 이용료를 인상한다면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2018년 지도 API 과금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기존 무료 또는 저가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지도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구글이 대체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매출 확대를 위해 개편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당시 국내 일부 업체는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에 못 이겨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구글이 국내 지도 API 시장을 장악한 후 구독료를 인상한다면 일부 기업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현 카카오내비 '김기사'를 개발한 박종환 김기사랩 대표는 2016년 카카오 이사 당시 페이스북에 "일본에서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려고 구글에 POI 검색을 위한 API 제공을 의뢰했더니 엄청난 큰 금액의 사용료를 달라고 해서 포기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정밀지도를 구글이 단독 몇 푼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정밀 지도로 실시간 교통상황, 상권 분석, 주변 POI 검색 등 고급 데이터를 만들어 비싸게 팔거나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지리정보시스템(GIS)·위치기반서비스(LBS) 관련 분야의 생태계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제2의 김기사 나올 수 없다"고 경고했다.
"K-갈라파고스?…경쟁 자신 있으나 동일한 법적·환경적 조건 아래 이뤄져야"
한편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부 여론에서는 '한국 기업이 무조건 보호받기만 바라는 것 아니냐', '서로 경쟁해서 이길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여론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오히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국내 규제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반면 구글은 법망 밖에 있으면서 법인세 회피 논란이 있는 와중에 정밀 지도 등 핵심 데이터를 요구한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공정한 게임이지, 규제 약속을 지키는 쪽만 손해 보는 구조가 유지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지도 업체들의 실시간 교통정보, 거리뷰, POI 구축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은 군사기밀 보호, 보안규제, 정밀지도 처리 등 법령을 따라야 하고 구글은 요구만 할 뿐 실제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걸 '경쟁력 부족'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원대 인하공전 교수(한국측량학회장)는 "국내에서도 특정 기업의 서비스 과점 때문에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산업 기여가 없는 글로벌 기업, 역외 기업에 의한 산업 생태계 교란은 어렵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은 공간정보 생산에 따른 각종 법적 제한을 지키느라 소요하는 비용과 시간, 서비스 제한 등이 있는데 제한이 없는 외국 기업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경쟁력에 있어서 누가 유리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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