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잘못 물리면 수익 다 내버려야 하는 레버리지 투자…레버리지는 ‘장투’가 안돼요 [투자뉴스 뒤풀이]

헤럴드경제 김우영
원문보기
서울맑음 / 10.7 °
헤럴드경제

2024년 7월 14일부터 10월 14일까지 나스닥100 지수와 레버리지 ETF(TQQQ) 추이 [자료=야후파이낸스]



국내외 증시가 정말 널을 뛰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S&P500 지수는 하루에 6% 떨어지더니 며칠 뒤 9% 이상 오르기도 합니다. 국내 증시도, 변동폭은 미국 시장보단 작지만 예전에 비하면 진폭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쉽게 접하는 유혹이 레버리지 투자입니다. ETF 투자가 보편화하면서 ETF를 활용한 레버리지 상품 투자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의 2배는 물론 3배를 추종하는 상품도 많습니다.

특히 국내 레버리지 투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 보유에 온라인 사전 교육까지 받아야하는 것과 달리 미국 상장 레버리지 ETF는 아무 제한이 없어 국내투자자들이 더 애용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종목을 보면 상위 10개 가운데 레버리지 ETF가 4개나 됩니다. 손실을 단기에 만회하겠단 생각에 레버리지 ETF 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방향성을 보고 투자하는 지수 기반 ETF와 달리 레버리지 ETF는 한번의 잘못된 선택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합니다.

오늘은 레버리지 ETF가 어째서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위험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변동성 장세에서의 레버리지 투자 위험(삼성증권. 김동영. 2022.2.7.)’과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성과 요인 분석(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2024.3)’ 등을 참조했습니다.




▶우선 서학개미들이 정말 많이 투자하는 ETF인 TQQQ를 한 번 보죠. 나스닥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입니다. 나스닥100이 1% 올랐다면 TQQQ는 3% 수익을 본다고 알고 계시죠.

이에 비해 QQQ는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합니다. 둘의 수익률을 한번 비교해볼까요. QQQ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마이너스(-) 13.1%입니다. TQQQ는 마이너스(-) 43% 정도 됩니다. 3배보다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헤럴드경제

위와 같은 기간 인버스 레버리지 ETF(SQQQ) 추이 [자료=야후파이낸스]



1년 수익률을 보면 더 이상합니다. QQQ의 1년 수익률은 플러스(+) 4.3%인데 비해 TQQQ는 마이너스(-) 15.9%입니다. 3배는 고사하고 부호가 반대입니다.


기초지수인 나스닥100이 급락했다 원점을 회복했을 때를 보면 더 기가 찹니다.

지난해 7월 중순부터 미국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와 기술주 실적 부진에 급락했습니다. 이후 회복 양상을 보이다 9월 한 번 더 위기를 맞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10월 중순까지, 3개월만에 나스닥100은 원점을 회복(누적수익률 0.53%)했습니다.

그런데 TQQQ 수익률은 마이너스 9% 가량으로 여전히 손실 영역에 머물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자료=삼성증권]



반대로 기초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SQQQ)라면 어떨까요? 물론 나스닥100이 급락하자 SQQQ는 치솟습니다. 그런데 잠시 ‘베어마켓랠리’가 나타나자 SQQQ는 속절없이 추락합니다. 그 기울기를 보면 나스닥100이 상승하는 것보다 SQQQ의 하락각이 훨씬 가파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인버스 레버리지 ETF의 경우 하락장 방어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큰 흐름은 맞혔더라도 시점을 잘못 택해 잠깐이라도 베어마켓랠리가 나타난다면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자료=삼성증권]



이 같은 현상은 레버리지 ETF 운용을 잘못해서 그런걸까요? 아닙니다. 이는 레버리지 ETF의 설계 자체가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계적 결과입니다.

그럼 왜 그런지 좀더 살펴보죠.



▶대부분의 레버리지 ETF는 보유기간 수익률의 2배 혹은 3배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따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루하루 수익률이 누적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ETF는 구성종목을 매수 후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반면 레버리지 ETF는 편입 시점의 매수 혹은 매도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리밸런싱 거래를 매일 수행해 수시로 포지션을 조정합니다. 이러한 리밸런싱 거래가 투자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복리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리효과로 인해 QQQ 1년 수익률의 3배인 12.9%(4.3% 곱하기 3)와 실제 TQQQ의 1년 수익률(-15.9%)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복리효과는 설사 기초지수가 원금(=누적수익률 0%)을 회복했는데도 레버리지 ETF는 손실 구간에 머물게 합니다. 앞서 살펴본 지난해 7월 중순~10월 중순까지의 사례가 바로 그렇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이처럼 리밸런싱 주기가 짧기 때문에 작은 손실도 꾸준히 누적돼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정적 복리효과는 더 커집니다.

물론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일정한 플러스 수익률이 매일 반복되는 것입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자세히 설명돼 있는 내용을 같이 보시죠.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만약 기초자산이 일정하게 수익률( r %)를 낸다면 이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보다 더 높게 유지됩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효과는 더더욱 커집니다.

문제는 기초지수의 변동성이 크면 부정적 복리효과가 발생해 투자성과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앞선 사례와 달리 기초지수 수익률이 플러스(+r %)와 마이너스(-r %)를 반복한다고 하죠. 첫 날은 r %만큼 오르고 이튿날 r %만큼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때 기초지수의 누적수익률은 -r² %입니다. 그런데 2배 추종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에 2r²만큼의 마이너스 손실(빨간원 부분)이 더 붙습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이처럼 변동성이 높으면 기초지수의 누적수익률이 0%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고, 이는 곧 레버리지 ETF의 손실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100만원이 50만원이 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 50%이지만, 50만원이 100만원이 되려면 플러스(+) 100%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들쭉날쭉한 수익률 탓에 레버리지 ETF에 기대했던 복리효과는 감소하고 변동성에 따른 손실만 커지는 것입니다.

특히 나스닥100이나 S&P500 같은 지수가 아닌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의 경우 각 종목의 변동성이 지수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ETF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도 더 큽니다.



▶장기투자는 좋은 투자 마인드입니다.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버티면 언젠가는 빛을 볼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투자는 ‘좋은 주식’에 투자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분명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투자수단입니다.

특히 기초지수의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확신이 있다면 위험선호가 강한 투자자에게 이보다 좋은 상품은 없을 것입니다.

몇 년 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몇 개월 째 지지부진할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선 우스갯소리로 하단에서 레버리지 ETF 매수하고 일정 선에 이르면 팔고 인버스 ETF로 갈아타는 식으로 용돈벌이 한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이익이 크다면 그만큼 위험도 큰 건 감수해야 합니다. 변동성이 큰 장세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변동성이란 주가가 흔들려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상승 변동폭보다 하락 변동폭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변동성은 시장 위험을 뜻하는 다른 표현인 것입니다.

트럼프 관세 탓에 하루하루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정말 트럼프 마음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과감하게 베팅을 하는 것보다는 지키는 선택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과 미국 시장이 혼란을 추스리고 다시 상승 추세를 확실히 보이기까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지양하길 권합니다. 투자는 감(感)과 운(運)에 맡기는 도박과는 다르니까요.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Society Korea PA(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