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지, 흥국생명 주장 맡아 통합 우승 견인
프로 생활 20년차의 조언 "롱런 비결은 소통과 기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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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수지가 15일 경기 화성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명승부로 기록될 2024-25시즌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은 흥국생명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흥국생명의 우승 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연경에게 쏠렸다. 흥국생명의 에이스로, 한국 배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연경이 현역 마지막 시즌에 차지한 우승이기에 의미가 컸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우승은 김연경 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 신입생 이고은과 신연경의 헌신,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와 아닐리스 피치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졌다.
김연경의 절친이자 흥국생명의 주장을 맡은 김수지도 경기장 안팎에서 활약하며, 우승에 힘을 실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도 소속팀과 개인 일정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낸 김수지는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 자택 인근에서 뉴스1과 만나 생애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절친 김연경,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
◇눈물
지난 8일 흥국생명이 5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김수지는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김수지는 "마지막 득점을 한 뒤 '끝났다'는 생각이 들고 안도감이 들면서 눈물이 흘렀다. 고생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면서 "특히 (김)연경이가 웃으면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 힘을 보탰다는 생각도 들었다. 훌륭한 선수의 마지막이 아름다워서 안도했다"며 우승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김수지 개인에게 두 번째 우승이다. 그는 2014년 현대건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몇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 우승도 쉽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정규리그를 앞두고 열린 KOVO컵에서 3연패를 당하며 위기감이 감돌았다.
김수지 역시 "올 시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KOVO컵 직후다. 프리 시즌 훈련 내용이 좋고, 선수단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선수단 전체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시즌 직전 안 좋았던 팀 분위기를 위기로 꼽았다.
이때 주장 김수지가 나섰다. 김수지는 선수단을 불러 모아 식사 자리를 만들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고, 이를 계기로 무거웠던 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3-1로 꺾으며 기세를 높였다.
김수지는 "선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연경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하면서 재정비했다"며 "이후 개막전에서 승리, 순조롭게 시즌이 흘러갔다"고 시즌 초반 위기를 소통으로 풀어낸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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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5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김연경과 함께 기뻐하는 김수지. (한국배구연맹 제공) |
◇김연경
김수지가 선수단 분위기를 정비할 때 그의 옆에는 절친 김연경이 있었다.
김수지와 김연경은 초등학교 시절 함께 배구를 시작해 고등학교까지 같은 팀에서 뛴 절친한 사이다. 프로 데뷔 후에는 국가대표에서만 호흡을 맞췄던 둘은 김수지가 지난 2023년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처음으로 같은 프로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황혼기를 함께 한 둘의 선택은 옳았다. 둘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배, 준우승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 시즌에는 통합우승을 이뤄내면서 최고의 마무리를 이뤘다. 우승 후 김연경은 김수지에게 입맞춤하는 등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수지도 김연경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김수지는 인터뷰 내내 김연경과의 친분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부터 김수지 옆에 김연경은 없다. 김연경이 올 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 김수지가 홀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김수지는 "연경이가 은퇴를 매년 고민했는데, 연경이 답게 은퇴를 했다. 늘 은퇴를 언급하는 시기를 고민했는데, 자연스레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회식도 하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어서 자주 보기 때문에 연경이의 은퇴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프리시즌 훈련에 들어가면 외로울 것 같다. 그때는 고참 중 혼자이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김연경을 지켜본 김수지는 "연경이는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를 꿈꾼 것 같다. 본인이 갖고 있는 기량과 신체 조건까지 더해지면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면서 "연경이가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뛰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자랑스러워 했다.
이어 "프로에 데뷔했던 2000년대 초에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해야 30대 초반까지였다. 나 역시 '5년만 잘 버텨보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언니들과 연경이 등이 많은 것을 바꾸면서 변화했다. 연경이는 여러 부문에서 한국 배구의 길잡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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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수지가 15일 경기 화성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4.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미래
2023년 흥국생명과 3년 계약을 맺은 김수지는 2025-26시즌이 마지막 계약 시즌이다. 2025-26시즌을 마무리하면 한국 나이로 40세다. 선수 생활에 대해서 고민이 생길 시기다.
김수지도 부정하지 않는다. 김수지는 "애초 계획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시즌까지 현역 생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 "제2의 인생에 대해서는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도자의 길을 갈 수도, 방송에서 해설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김수지가 미래에 지도자 길을 걷는다면 그동안 경험했던 국내, 외국인 지도자들의 지도 방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수지는 "외국인 지도자들은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분석을 해서 틀에 맞는 플레이를 요구한다. 반면 국내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며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이에 따른 피드백도 정확하고, 의사소통도 자유롭다"면서 "두 지도 스타일이 접목되면 좋은 배구가 나올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수지는 기본기를 강조했다. 어린 시절 벽이 흔들려 보일 정도로 벽에 공을 친 김수지는 "기본기 훈련이 중요하다. 기본기가 좋으면 포지션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며 부상 방지에도 좋다. 반복이 필요하다"면서 "내가 오랜 시간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본기"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기본기가 좋다면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캐치, 이에 맞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힘은 기본기"라면서 "지도자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잘 공감하고, 이를 플레이에 빠르게 녹여낼 수 있다면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며 롱런 비결도 설명했다.
2025-26시즌은 김수지에게 또다른 도전이다. 흥국생명이 일본 출신의 여성 지도자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선임, 김수지는 새로운 지도자 아래서 다시 경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김수지는 개의치 않았다. 김수지는 "감독님께서 나에게만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이를 충실히 수행만 한다면 팀에 분명 보탬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감독님 아래서 펼쳐질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특유의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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